화순·영암 등에서 발생한 민간인희생사건 유족들 잇단 손배 승소
법원 "한국전쟁 군경 민간인 총살, 국가가 손해배상 해야"(종합)
한국전쟁 당시 전남 화순과 영암에서 발생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호석 부장판사는 '전남 화순군 군경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2명에게 총 1억3천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후퇴 이후 빨치산 공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1950년 10월 28일 전남 화순군 춘양면에서 경전선 열차가 탈선해 탑승객이 사망했다.

화순지역 군경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마을 주민을 모은 뒤 총살했는데, 이 사건을 '전남 화순 군경 민간인 희생사건'이라고 부른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해당 사건을 조사해 당시 4명의 민간인이 열차 전복에 대한 보복으로 1950년 11월 화순 경찰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판단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진화위 조사에 따르면 사건 당시 경찰은 전복한 열차 옆에서 보리를 갈던 주민들을 불러 모아 총을 쐈고, 사망자 4명 외 총상 부상자도 발생해 호박 속을 붙여 치료한 이도 있었다.

민간인 희생자 4명 중 A씨 유족은 이 결정을 토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단순히 열차전복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 내지 군인들에 의해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살해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 액수는 유사 사건 위자료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별도로 광주지법 민사10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도 '영암군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 B씨의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총 1억1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영암군 민간인 희생사건은 해방 직후 경찰이 주민들을 빨치산 협력자나 좌익혐의자로 몰아 조사하던 중 살해한 사건이다.

B씨는 1950년 영암군 마을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뒷산으로 피신하다 총살됐는데, 진화위는 이 사건을 조사해 2022년 12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B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법정 증인으로 나서 경찰의 포위 작전을 피해 도주하다 총에 맞아 사망한 B씨의 사망 정황을 증언했다.

김 부장판사는 "좌익이나 부역 혐의자로 낙인찍혀 핍박당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이 사건의 진실규명이 2022년 말에나 뒤늦게 이뤄졌다"며 "B씨가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강하게 추정돼 손해배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국가 측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