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파"…경제활동 연령대 가장 큰 피해 주는 질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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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두통학회, 편두통 군발두통 등 환자지지모임 처음 개최
'꾀병'오해받는 소아청소년 두통…50대 이후 첫 두통경험 위험
건보적용 막힌 산소치료…환자들 "회사다니기 어려울정도 고통"
'꾀병'오해받는 소아청소년 두통…50대 이후 첫 두통경험 위험
건보적용 막힌 산소치료…환자들 "회사다니기 어려울정도 고통"
"죽는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아픈 병이고 경제활동 연령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질환입니다."(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50대 이후 처음 겪어 보는 두통이라면 무조건 머리 사진을 찍어봐야 합니다."(김병수 이화여대 목동병원 교수)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18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두통 전문의와 두통 환자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편두통, 군발두통, 만성두통 환자를 위한 한국 두통환자 지지모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편두통, 군발두통, 만성 두통 관련 다양한 치료 사례와 두통 경험 등이 공유됐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산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고압의 산소치료는 군발성두통 등 두통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발성두통이란 의학계에서 가장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두통으로 알려졌으며, 일반적으로 머리 한쪽에 반복적인 통증을 수반한다. 특정 계절이나 기간에 1~2개월 동안 발생하며, 하루에 한 번 혹은 여러 번 15분에서 3시간 지속된다.
이번 모임에선 90명의 국내 두통 환자가 참여했고 10대부터 50대로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참여해 본인들의 두통 경험을 공유했다. 의료진은 대한두통학회 회장 조수진 교수(한림대 동탄성심병원)와 부회장 및 국제두통학회 IHC 2023 공동의장 주민경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병수 교수(이화여대 목동병원), 송태진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 나지훈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미지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조수현 교수(을지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이혜정 교수(중앙대 광명병원) 등이 참여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두통을 동반한 녹내장과 노인이 주의해야 할 두통 질환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태진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는 고령에서 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야 흐려짐 등이 있을 때 녹내장을 꼭 의심해야 하며 이를 놓칠 시 실명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다. 송 교수는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50대 이후 처음 겪어 보는 두통이라면 무조건 머리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뇌척수액이 새는 두통일 수도 있다"며 "빨리 병원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밤에 눈이 갑자기 아프고, 울렁거리고, 시력이 떨어질 경우 참고 있다가는 녹내장으로 실명이 될 수 있다"며 "병원에 빨리 와서 수술을 통해 실명 위기를 벗어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중증도만을 기준으로 의료정책을 정하지 말고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도 두통에 대해 급여화가 돼 있다"며 "많은 재정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처음에는 모두 이 문제 해결에 공감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차라리 희귀질환이였다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편두통 환자는 "두통이 심할땐 코피가 나오고 구토도 나온다"며 "아이스팩을 머리에 대고 수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응급의학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환자를 돌보기 위해 건강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20대 환자는 "어릴 적 일기장에 '제발 머리가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자주 썼다"며 "그땐 엄마가 주는 타이레놀을 먹고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여러 차례 구급차에 실려 갔고 입원도 했다"며 "두통이 심해질 땐 소음과 빛에 민감해져서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다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6월 10일 일본두통학회, 일본 사이타마 국제두통센터, 일본 오사카 토미나가병원 두통센터과 공동으로 제 2회 한일합동두통교실을 개최했다. 온라인 줌 웨비나로 진행된 한일합동두통교실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두통 분야의 전문 의료진 10명과 환자 70여명이 참여했다. 대한두통학회는 전 세계 약 80여개 국가의 2000명 이상의 두통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두통 지견을 공유하는 국제두통학회 IHC 2023을 오는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 유치했다. 같은 행사장에서 오는 9월 16일 오후 12시 45분부터 제 3차 세계두통환자옹호모임(GPAC)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국내두통환자 지지모임은 이러한 GPAC 모임의 예비모임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50대 이후 처음 겪어 보는 두통이라면 무조건 머리 사진을 찍어봐야 합니다."(김병수 이화여대 목동병원 교수)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18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두통 전문의와 두통 환자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편두통, 군발두통, 만성두통 환자를 위한 한국 두통환자 지지모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편두통, 군발두통, 만성 두통 관련 다양한 치료 사례와 두통 경험 등이 공유됐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산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고압의 산소치료는 군발성두통 등 두통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발성두통이란 의학계에서 가장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두통으로 알려졌으며, 일반적으로 머리 한쪽에 반복적인 통증을 수반한다. 특정 계절이나 기간에 1~2개월 동안 발생하며, 하루에 한 번 혹은 여러 번 15분에서 3시간 지속된다.
이번 모임에선 90명의 국내 두통 환자가 참여했고 10대부터 50대로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참여해 본인들의 두통 경험을 공유했다. 의료진은 대한두통학회 회장 조수진 교수(한림대 동탄성심병원)와 부회장 및 국제두통학회 IHC 2023 공동의장 주민경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병수 교수(이화여대 목동병원), 송태진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 나지훈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미지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조수현 교수(을지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이혜정 교수(중앙대 광명병원) 등이 참여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50대 이후 처음 겪어 보는 두통이라면 반드시 병원에"
김병수 교수(이화여대 목동병원)는 편두통, 군발두통 맞춤 최신 치료를 소개했다. 편두통 치료는 트립탄 등 개발부터 시작해 현재는 앰겔러티, 아조비와 같은 항CGRP항체주사, 게판트 등의 편두통 맞춤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방법은 융단 폭격에 가까운 방법이라 부작용이 많고 오래 쓰기 어려웠다"며 "CGRP표적 치료는 치료효과가 월등하고 효과 지속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들어와 사용되는 라스미디탄의 경우 기존 편두통 치료에 있어 트립탄 부작용이 금기인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음을 소개했다.두통을 동반한 녹내장과 노인이 주의해야 할 두통 질환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태진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는 고령에서 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야 흐려짐 등이 있을 때 녹내장을 꼭 의심해야 하며 이를 놓칠 시 실명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다. 송 교수는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50대 이후 처음 겪어 보는 두통이라면 무조건 머리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뇌척수액이 새는 두통일 수도 있다"며 "빨리 병원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밤에 눈이 갑자기 아프고, 울렁거리고, 시력이 떨어질 경우 참고 있다가는 녹내장으로 실명이 될 수 있다"며 "병원에 빨리 와서 수술을 통해 실명 위기를 벗어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죽을 만큼 아픈 병이고 경제활동 연령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병"
대한두통학회 차기 회장인 주민경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는 라스미디탄 급여화(건강보험 적용) 문제, 뇌 MRI 급여조건 문제, 항CGRP항체 급여조건 문제, 군발두통 산소치료 급여화 문제 등을 제기하며 두통 환자들을 위해 법제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산소치료는 중국, 일본, OECD 많은 국가는 이미 급여화로 보장됐으나 한국은 제외됐다며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정부와 국회에선 군발두통과 편두통 등에 대해 '죽는 병인가', '예방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며 "죽는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아픈 병이고 사회적으로 경제활동 참여 연령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질환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그는 단순히 중증도만을 기준으로 의료정책을 정하지 말고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도 두통에 대해 급여화가 돼 있다"며 "많은 재정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처음에는 모두 이 문제 해결에 공감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차라리 희귀질환이였다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꾀병'으로 오해받는 소아청소년기 두통…"잘못된 정신과 처방약 주의를"
소아 청소년기 두통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지훈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는 "소아청소년기 15세 이전까지는 75%가 두통을 한 번씩은 경험한다"며 "소아 청소년 두통 환자들이 대부분 '꾀병'으로 오해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두통 진단을 못 받아 필요 없는 정신과 약제를 복용하는 청소년도 많다"고 했다. 편두통과 관련해선 "사춘기를 기점으로는 남자보다 여자가 심한 유병률을 보이며 사춘기가 넘어서면 여자의 경우 나이가 편두통 유병률이라고 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편두통 치료와 관련해선 진통제, 예방약제와 함께 수면패턴, 식습관 등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재택 산소치료 불가능…산소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이날 모임에선 환자 3명이 극심한 두통 피해에 대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한 군발두통 환자는 "20대 당시 갑자기 한쪽 눈이 너무 아프고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서 차를 몰고 가다가 급정거를 했다"며 "일반 두통과는 달리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회사도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산소치료가 효과가 있었지만, 보험 적용이 안돼 재택산소치료가 불가능했다"며 "산소치료 급여화는 군발두통 환자에겐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편두통 환자는 "두통이 심할땐 코피가 나오고 구토도 나온다"며 "아이스팩을 머리에 대고 수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응급의학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환자를 돌보기 위해 건강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20대 환자는 "어릴 적 일기장에 '제발 머리가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자주 썼다"며 "그땐 엄마가 주는 타이레놀을 먹고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여러 차례 구급차에 실려 갔고 입원도 했다"며 "두통이 심해질 땐 소음과 빛에 민감해져서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다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항CGRP항체 주사도 궁극적이진 않아…여러 타겟 찾는 중"
마지막으로 진행된 Q&A 시간에는 환자들의 오프라인, 줌 온라인에서 제기된 질문들에 대한 두통 전문가들의 답변이 이루어졌다. 편두통 치료 약제 선택에 대해 이미지 교수(서울대병원)는 게판트 약제가 추후 효과적인 예방치료 옵션일 수 있음을 설명했고 군발두통 환자에서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는 군발두통이 아닌 다른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또한 군발두통에서 항CGRP항체주사와 스테로이드 동시 사용 가능한지 여부 질문에 조수현 교수(을지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는 “스테로이드는 이행 치료로, 항CGRP항체치료는 예방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같이 쓰는 것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기존 예방 경구 약물에 효과가 없을 경우 항CGRP항체주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CGRP항체주사의 탈모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이혜정 교수(중앙대 광명병원)는 “항CGRP항체 주사들의 시판 후 조사 보고 일부에서 탈모가 부작용으로 있었으나 그 보고 정도가 매우 적고 부작용 정도가 약하여 약제 사용에 있어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경 교수는 "항CGRP항체 주사도 궁극적이진 않다"며 "학계에서 여러가지 타겟을 찾고 있다. 약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6월 10일 일본두통학회, 일본 사이타마 국제두통센터, 일본 오사카 토미나가병원 두통센터과 공동으로 제 2회 한일합동두통교실을 개최했다. 온라인 줌 웨비나로 진행된 한일합동두통교실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두통 분야의 전문 의료진 10명과 환자 70여명이 참여했다. 대한두통학회는 전 세계 약 80여개 국가의 2000명 이상의 두통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두통 지견을 공유하는 국제두통학회 IHC 2023을 오는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 유치했다. 같은 행사장에서 오는 9월 16일 오후 12시 45분부터 제 3차 세계두통환자옹호모임(GPAC)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국내두통환자 지지모임은 이러한 GPAC 모임의 예비모임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