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신인 창작자 발굴을 위한 검증된 투자, 단막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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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 적합한 이야기를 찾는 일을 맡고 있어 장편소설을 많이 접하지만,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는 사뭇 다르다. 긴 서사를 따라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장편소설과 달리 단편소설은 이야기를 축약해 전달한다. 가볍지 않은 의미를 짧은 글로 압축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이 요구된다. 그래서 단막극은 단편소설을 닮았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단막극은 제한된 시간에 인물과 사건과 의미를 펼쳐놓아야 한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축약과 여백으로 길이의 아쉬움을 보완한다. 좋은 단막극은 창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돼 긴 여운에 잠기게도 하고,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 아쉬움에 젖게도 만든다. 단막극은 드라마지만 길이는 영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작비는 영화나 드라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데도 방송사들은 단막극을 선뜻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시청률이나 콘텐츠 판매금액 등 표면적 숫자들만 보면 단막극의 가성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단막극은 수익모델이 제한적이어서 제작비가 낮다. 제작비가 적으니 시각적 즐거움이 가득한 다채로운 이야기보다는 담백하되 울림이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 시청률이 낮으니 광고가 붙지 않고 협찬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수의 방송사만 단막극을 만든다. ‘오프닝’이라는 이름으로 6년째 단막극을 제작해 방송하는 CJ ENM이 대표적이다. CJ ENM이 가성비가 낮은 단막극을 제작하는 이유는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다.
작가나 연출자 같은 창작자는 콘텐츠산업의 출발점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K콘텐츠가 있기까지 신인 창작자들이 단단한 초석이 됐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프닝’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신인을 육성해 콘텐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콘텐츠 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기업철학 덕분이다. 또한 신인 육성 프로그램인 ‘오펜’을 통해 재능 있는 작가들과 좋은 작품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고 배우, 제작진, 정책기관 등 많은 관계자들이 신인 창작자 육성의 취지에 공감해 열정과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다.
최근의 단막극들은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는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단막극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지 않고 트렌드에 맞춰 2부작, 4부작 등 형식을 변주해 작품의 질과 다양성을 확보한다.
또한 영화감독과의 협업, 신인 작곡가의 OST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으로 우리나라 단막극의 해외 영화제 수상이 많아졌다. ‘오프닝’도 작년에 ‘저승 라이더’ 등 여러 작품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신인 창작자는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단막극은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검증된 투자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막극 같은 신인 창작자 육성 시스템에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산업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투자를 기업들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인 창작자가 콘텐츠산업 발전의 기반임을 공감해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 기업의 투자효과가 배가돼 산업의 안정적 성장으로 화답할 것이다. 신인 창작자의 발굴과 육성에는 단막극의 축약이 아닌 장편소설 같은 긴 호흡의 서사가 필요하다.
이종민 CJ ENM IP 개발센터장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단막극은 제한된 시간에 인물과 사건과 의미를 펼쳐놓아야 한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축약과 여백으로 길이의 아쉬움을 보완한다. 좋은 단막극은 창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돼 긴 여운에 잠기게도 하고,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 아쉬움에 젖게도 만든다. 단막극은 드라마지만 길이는 영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작비는 영화나 드라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데도 방송사들은 단막극을 선뜻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시청률이나 콘텐츠 판매금액 등 표면적 숫자들만 보면 단막극의 가성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단막극은 수익모델이 제한적이어서 제작비가 낮다. 제작비가 적으니 시각적 즐거움이 가득한 다채로운 이야기보다는 담백하되 울림이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 시청률이 낮으니 광고가 붙지 않고 협찬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수의 방송사만 단막극을 만든다. ‘오프닝’이라는 이름으로 6년째 단막극을 제작해 방송하는 CJ ENM이 대표적이다. CJ ENM이 가성비가 낮은 단막극을 제작하는 이유는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다.
작가나 연출자 같은 창작자는 콘텐츠산업의 출발점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K콘텐츠가 있기까지 신인 창작자들이 단단한 초석이 됐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프닝’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신인을 육성해 콘텐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콘텐츠 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기업철학 덕분이다. 또한 신인 육성 프로그램인 ‘오펜’을 통해 재능 있는 작가들과 좋은 작품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고 배우, 제작진, 정책기관 등 많은 관계자들이 신인 창작자 육성의 취지에 공감해 열정과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다.
최근의 단막극들은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는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단막극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지 않고 트렌드에 맞춰 2부작, 4부작 등 형식을 변주해 작품의 질과 다양성을 확보한다.
또한 영화감독과의 협업, 신인 작곡가의 OST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으로 우리나라 단막극의 해외 영화제 수상이 많아졌다. ‘오프닝’도 작년에 ‘저승 라이더’ 등 여러 작품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신인 창작자는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단막극은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검증된 투자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막극 같은 신인 창작자 육성 시스템에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산업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투자를 기업들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인 창작자가 콘텐츠산업 발전의 기반임을 공감해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 기업의 투자효과가 배가돼 산업의 안정적 성장으로 화답할 것이다. 신인 창작자의 발굴과 육성에는 단막극의 축약이 아닌 장편소설 같은 긴 호흡의 서사가 필요하다.
이종민 CJ ENM IP 개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