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늦깎이 창업가', 60대 직원들 줄줄이 뽑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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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면하는 中企, 5060 베테랑 시니어 '구원투수' 부상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를 국산화한 창원의 강소기업 네오스는 7명의 직원 모두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다. 기계, 전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60대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다. 2015년 네오스를 설립한 삼성물산 출신의 김윤상 대표도 올해 65세의 늦깎이 창업가다. 그는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삼성이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각 계열사에 일본의 은퇴한 장인을 데려와 기술력을 끌어올렸던 경험을 떠올려 시니어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5060 베이비붐 세대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청년들은 기피하고 외국인 인력 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5060세대가 현실적인 생산가능인구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현재 5060세대는경제활동 인구 중 연령이 가장 높은 집단이지만 학력 수준이 높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해 과거의 노인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며 “자녀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데다, 일하려는 의지도 높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삼성도 이병철 회장 시절 日 은퇴 기술자 활용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585만8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창업기업도 지난해 12만9384개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이는 고령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올해 기준 5060세대는 약 1610만명으로 전체 인구(5154만9862명)의 31.2%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1955년생~1963년생 1차 베이비붐 세대와 1968년생~1976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에 속해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합계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인력의 공백을 메우려면 퇴직한 인력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옷감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염색업체 한신텍스는 100여명의 직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70%를 차지한다. 한상웅 대표는 “기계가 거의 자동화돼 있아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젊은 인재를 뽑기가 너무 힘들다“며 ”중동 쪽은 수출 오더를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여서 고령자라도 경력을 불문하고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영암의 선박 도장업체 태영S&C는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2019년에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지금은 12명의 고령자가 근무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제조업체 DSE도 몇년 전부터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박재덕 DSE 회장은 “생산관리, 연구개발 등 분야별로 능력 있는 60세 이상 경력자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하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중년은 2017년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수립하면서 유래한 용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정년 이후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은 2020년 367개였으나 지난해엔 3028개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기업은 근로자 1인당 분기별 90만원의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고용창출장려금’을 활용해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한 기업도 2020년 1272개, 2021년 1446개, 지난해 1874개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5060세대의 숙련도는 현장에서 호평받는 주된 배경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를 채용할 의향이 있는 기업의 주된 이유로 ‘숙련인력 유입·유지’(59.6%), ‘노동력 부족 해소’(34.4%) 등이 꼽혔다. 특히 산업 현장에선 부산기계공고, 금오공고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전국의 수재들을 뽑아 육성한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오스의 김 대표는 “이동형 청소기 개발 시 0.03㎜~10㎜ 크기의 알루미늄 미세 칩을 여과해 배출하는 일이 걸림돌이었는데 결국 공고 출신 베테랑 기술자들이 해결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일지테크는 경주에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현장 근무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신입직원 대신 중장년 직원 30여 명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경력자 위주로 30여 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DSE의 박 회장은 “외환위기 등 경기변동 경험이 풍부한 65세 해외영업본부장의 건의로 달러가 오를 것을 대비해 자재를 대규모로 구입한 덕에 손실을 줄였다”고 말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고숙련·고학력 고령 인구 활용은 노동인구 감소와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 극복의 대안”이라며 “지속적인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을 강화해 노동의 질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더 도움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력난이 훨씬 심각한 지방의 지자체들도 기업의 베이비붐 세대 채용 지원에 적극적이다. 전남도는 5060세대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2023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마련했다. 경남도는 지난달부터 50세 이상 64세 이하 신중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강민정 전임연구원은 “5060세대를 방치하면 장기간 축적한 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않는 단절을 통해 국가적으로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신중년 세대를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성 있는 인력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강경주 기자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5060 베이비붐 세대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청년들은 기피하고 외국인 인력 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5060세대가 현실적인 생산가능인구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현재 5060세대는경제활동 인구 중 연령이 가장 높은 집단이지만 학력 수준이 높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해 과거의 노인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며 “자녀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데다, 일하려는 의지도 높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도 이병철 회장 시절 日 은퇴 기술자 활용
5060세대, 인구절벽 시대의 대안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585만8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창업기업도 지난해 12만9384개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이는 고령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올해 기준 5060세대는 약 1610만명으로 전체 인구(5154만9862명)의 31.2%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1955년생~1963년생 1차 베이비붐 세대와 1968년생~1976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에 속해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합계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인력의 공백을 메우려면 퇴직한 인력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옷감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염색업체 한신텍스는 100여명의 직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70%를 차지한다. 한상웅 대표는 “기계가 거의 자동화돼 있아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젊은 인재를 뽑기가 너무 힘들다“며 ”중동 쪽은 수출 오더를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여서 고령자라도 경력을 불문하고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영암의 선박 도장업체 태영S&C는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2019년에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지금은 12명의 고령자가 근무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제조업체 DSE도 몇년 전부터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박재덕 DSE 회장은 “생산관리, 연구개발 등 분야별로 능력 있는 60세 이상 경력자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하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중년은 2017년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수립하면서 유래한 용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정년 이후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은 2020년 367개였으나 지난해엔 3028개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기업은 근로자 1인당 분기별 90만원의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고용창출장려금’을 활용해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한 기업도 2020년 1272개, 2021년 1446개, 지난해 1874개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현장 경험·기술력 풍부해 호평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5060세대의 숙련도는 현장에서 호평받는 주된 배경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를 채용할 의향이 있는 기업의 주된 이유로 ‘숙련인력 유입·유지’(59.6%), ‘노동력 부족 해소’(34.4%) 등이 꼽혔다. 특히 산업 현장에선 부산기계공고, 금오공고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전국의 수재들을 뽑아 육성한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오스의 김 대표는 “이동형 청소기 개발 시 0.03㎜~10㎜ 크기의 알루미늄 미세 칩을 여과해 배출하는 일이 걸림돌이었는데 결국 공고 출신 베테랑 기술자들이 해결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일지테크는 경주에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현장 근무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신입직원 대신 중장년 직원 30여 명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경력자 위주로 30여 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DSE의 박 회장은 “외환위기 등 경기변동 경험이 풍부한 65세 해외영업본부장의 건의로 달러가 오를 것을 대비해 자재를 대규모로 구입한 덕에 손실을 줄였다”고 말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고숙련·고학력 고령 인구 활용은 노동인구 감소와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 극복의 대안”이라며 “지속적인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을 강화해 노동의 질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더 도움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력난이 훨씬 심각한 지방의 지자체들도 기업의 베이비붐 세대 채용 지원에 적극적이다. 전남도는 5060세대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2023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마련했다. 경남도는 지난달부터 50세 이상 64세 이하 신중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강민정 전임연구원은 “5060세대를 방치하면 장기간 축적한 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않는 단절을 통해 국가적으로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신중년 세대를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성 있는 인력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강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