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모험 게임 '다크앤다커'의 플레이 영상. 다크앤다커 유튜브 캡처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모험 게임 '다크앤다커'의 플레이 영상. 다크앤다커 유튜브 캡처
크래프톤이 넥슨과의 소송전에 휘말려 있는 지식재산권(IP)인 ‘다크앤다커’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IP 보유사인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때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송사를 치뤘던 경험이 있는 크래프톤이 법적 갈등에 얽혀 있는 IP를 활용하려 하는 데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전세계 라이선스 권리를 독점 확보했다”고 24일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자사 스튜디오인 블루홀스튜디오를 통해 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다크앤다커는 중세 판타지풍의 탐험 게임이다. 어두운 던전에서 펼치는 섬세한 전투와 다양한 즐길거리가 특징이다. 지난해 연말 공개(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뒤 10만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가 몰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크래프톤의 이번 IP 확보는 올해 초 내세운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실천하는 일환이다. 이 전략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IP를 다수 확보해 외형을 키우겠다는 크래프톤의 청사진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와 유사한 게임이 이미 해외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IP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원작 IP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창의성)와 팬덤을 존중해 이번 계약을 결정했다”며 “다크앤다커 IP를 도입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블루홀스튜디오 내부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자체 개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 게임화(化)의 가장 큰 변수는 송사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경영진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21년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인 ‘P3’의 데이터를 유출해 다크앤다커를 제작했다는 게 넥슨의 주장이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에서 P3 등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이들이 나와 세운 회사다. 넥슨이 승소하는 경우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IP 활용이 불가능해단 얘기다.

게임 플랫폼인 스팀은 넥슨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다크앤다커의 유통을 중단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는 체프게임즈의 게임 플랫폼인 ‘블랙스미스’를 통해 다크앤다커를 지난 7일 재출시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넥슨은 미국에서도 아이언메이스를 겨냥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법원은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지난 18일 소송을 기각했다.

업계 일각에선 크래프톤의 이번 계약이 아이언메이스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넥슨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IP 계약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크래프톤은 소송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크래프톤의 설명이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본부장은 “원작에 대한 세계 팬들의 평가뿐 아니라 향후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 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하겠다”며 “이와 별개로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크래프톤도 아이언메이스처럼 창업이 송사로 이어졌던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2007년 엔씨소프트 산하 ‘리니지3’팀이 엔씨소프트 경영방침에 대한 반발로 독립하면서 출발한 회사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스튜디오)은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인 ‘테라’로 대박을 내면서 사업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3 등 엔씨소프트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블루홀스튜디오를 2008년 고소했다. 같은 해 검찰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당시 블루홀스튜디오 개발실장을 기소했다.

민·형사 모두 3심까지 이어진 소송전은 2014년에야 완전히 끝났다. 형사재판에선 영업비밀 유출이 인정됐지만 이 영업비밀을 테라 등의 개발에 사용했다는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민사재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영업비밀 폐기 명령했지만 엔씨소프트가 주장한 손해에 대해선 무혐의를 적용했다. 2011년 엔씨소프트는 미국에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2년 양사 합의 후 소송을 취하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