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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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의 반응이 기업마다 엇갈리고 있다. 매출 성장이 예상되는 2차전지·AI 관련 기업들은 유상증자 이후 양호한 흐름을 보인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이 늘고 있어 주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증 소식에 루닛 '환호', 한화오션 '떨떠름'

24일 루닛은 7.31% 오른 15만5600원에 마감했다. 전날 루닛이 2019억원가량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하겠다고 결정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어 주가엔 악재로 꼽힌다. 루닛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AI 암 진단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날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오션은 이날 0.43% 하락한 3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전일 대비 5.56% 하락한 3만32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외국인, 기관 순매수로 낙폭을 축소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오션이 영구채 상환이 아닌 시설 투자를 위해 증자를 했음에도 긴 투자회수 기간과 조선업 특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이 됐다고 분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 회수 시점이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돼 미래가치를 앞당겨 오기에는 너무 먼 시점"이라며 "주문제작방식의 조선업 특성을 감안할 때 70% 이상의 생산 자동화를 하겠다는 목표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다른 기업들의 업종의 성장성에 따라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8일 22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코스모신소재는 증자 발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7.84% 상승했다. 코스모신소재는 양극재 시설 증설에 증자 자금 전부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난달 27일 4651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OCI홀딩스는 이후 주가가 8.7% 가량 하락했다.

지난 6월 비슷한 시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SK이노베이션CJ CGV도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23일 유상증자 결정 이후 30일까지 주가가 13.2% 급락했지만 이후 배터리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주가는 유상증자 전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6월20일 유상증자를 결정한 CJ CGV는 극장 산업 부진으로 유상증자 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에 유증 기업 늘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2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13곳이었다. 최근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출, 전환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유상증자를 택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달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유상증자를 결정한 강스템바이오텍의 경우 다음 거래일인 14일 주가가 29.9% 하락했다. 지난 18일 유증을 결정한 EGDC도 21일 주가가 22.1% 급락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유상증자의 당위성"이라며 "자금활용 방안 및 당위성이 시장에서 인정된 경우 유상증자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