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LH가 서울에서 4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나섰다.

공공 주도 개발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에도 LH 전관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15구역, 중랑구 사가정역 인근과 용마터널 인근, 은평구 녹번역 인근 총 4곳이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세부적인 공급 규모는 신길15구역 2,300가구, 사가정역 인근 942가구, 용마터널 인근 486가구, 녹번역 인근 172호가구 등 총 3,900가구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낮거나 주민 갈등으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도심 내 노후 저층주거지나 역세권, 준공업지역을 LH 등 공공이 주도해 빠르게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후보지를 지정한 후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지구 지정부터 분양까지 약 13년이 걸리는 기존 정비사업 대비 도심복합사업은 지구 지정 이후 분양까지 2∼3년 가량 소요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에 예정지구로 지정된 4곳은 14일간 의견 청취를 거쳐 주민 3분의 2(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은 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본지구 지정 절차를 밟는다.

사전 검토 결과를 반영한 사업계획을 주민들에게 안내한 이후 참여 의향률이 50% 이상이면 예정지구 지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의향률이 50% 미만이거나 반대 비율이 50%를 넘으면 후보지에서 제외한다.

현재 전국 57곳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 본지구 지정을 마친 곳은 서울 6곳, 서울 외 4곳 등 10곳이며, 예정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 4곳, 경기 5곳, 인천 1곳 등 총 10곳이다.

하지만 정부가 빠른 사업 추진을 약속했음에도 사업계획승인이 난 곳은 전무하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일부 지구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주민 반대, 정권 교체 등 부침을 겪으면서 당초 계획보다 사업 속도가 많이 늦어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LH가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를 불러 일으킨 전관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이 가능할 지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에서 본지구 지정을 마친 6곳 가운데 5곳 설계에 LH 전관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대상지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철근 누락 등의 문제 없이 안전하게 설계되는 것인지, 사업 추진 자체가 가능할 지에 대한 문의 등이 LH에 다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올해 7월 말 이후 전관업체와 맺은 모든 용역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 기간 LH가 전관업체와 진행한 설계·감리용역은 34건, 용역 발주금액은 1,540억원 규모다.

전관 논란을 끊어내기 위해 1,500억원이 넘는 계약을 해지하고 앞으로의 계약까지 전면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도심복합사업 등 정비사업은 기존 전관업체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해서다. 이한준 LH 사장은 "도심복합사업은 LH가 심사해서 업체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서울시가 주도하기 때문에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책임을 피했다.

박재순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도심복합사업은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주민 의견 수렴을 강화하겠다"며 "주민들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시공·설계 업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원활한 사업추진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난리통에 서울에 4천가구 공급한다는 LH…주민 불안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