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한 세수 결손 쇼크가 내년엔 더 악화할 전망이다. 한경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57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근거로 책정해놓은 내년도 납부예상 법인세는 20조3225억원에 그쳐 지난해(34조2546억원)보다 40.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올 들어 상반기에만 국세가 전년 동기 대비 40조원이나 덜 걷혔는데 내년엔 나라 살림이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물론 올해 남은 넉 달 동안 기업 실적이 급반등한다면 실제 법인세 납부는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어제 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게 유지했고, 내년에도 2.2%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더 내려 잡은 것을 보면 단시일 내 경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면 법인세뿐 아니라 3대 세목인 소득·부가가치세도 제대로 걷힐지 걱정스럽다.

급감하는 법인세를 보면 왜 기업을 키워야 하는지 이유가 자명해진다. 올해 납부 법인세로 지난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7조1071억원을 계상한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는 2412억원을 잡았다. 기업 실적 부진이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렇게 크다. 올 들어 좋은 실적을 내 내년 법인세로 각각 2조6590억원, 1조8875억원을 잡은 현대자동차·기아 같은 기업들이 있고 금융사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빈약한 나라 살림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업 실적은 법인세 외에 종사자들이 내는 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금이나 고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근로소득세도 덜 걷히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나라 경제가 어렵고 재정이 힘겨워지고서야 기업의 가치와 존재 의의를 재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지출 줄이기, 재정준칙의 조기 법제화를 통한 정부의 허리띠 죄기도 시급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왕성한 기업 활동과 지속적 성과 창출이다. 새로운 기업이 속속 나오고 기존 기업들도 계속 성장해야 법인·소득세 모두 제대로 걷힌다. 소득 확대는 소비세(부가가치세) 증가로도 이어진다. 재정과 민간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이다. 우리 모두 나라 살림이 무엇으로 이뤄지는지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면서 기업 활력을 북돋울 방안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