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법인의 순이익이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중국법인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법인 KB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에 힘입어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KB부코핀 부진 털어내나

부코핀 흑자 덕에…국민은행 해외순익 167%↑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6044억7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4198억1800만원)보다 44% 늘었다.

국민은행의 순이익 증가폭이 가장 컸다. 6개 해외법인에서 1139억98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6.8% 증가한 수치다. 작년 상반기 적자를 낸 인도네시아 KB부코핀(-743억원)과 중국법인(-97억원),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12억원), KB미얀마(-13억원) 네 곳 모두 흑자 전환했다.

국민은행이 2020년 최대 주주에 오른 KB부코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 여파로 작년까지 1조원 넘는 순손실을 봤다. 국민은행은 2021년에 이어 올 5월까지 총 1조1025억원을 부코핀에 추가 투자하며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개선 작업을 한 끝에 상반기 84억원의 흑자를 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코핀의 상반기 흑자는 충당금 전입 등 일회성 효과로 연간 흑자는 확신하긴 어렵다”면서도 “당초 계획인 2025년까지 흑자 전환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법인도 상반기 231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777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6% 늘어나며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법인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194억원)를 시작으로 중국(176억원)과 캐나다(94억원) 등에서도 고른 순익을 냈다. 하나은행은 1990년 국내 시중은행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 2021년엔 디지털 은행 ‘라인뱅크’와 손잡고 비대면 금융상품 및 영업 채널을 개발하고 있다.

○텃밭 ‘동남아’ 고공행진

해외법인 순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베트남과 일본 등 10개 해외법인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9% 증가한 2600억20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대비 46.1% 늘어난 1260억1400만원을 벌어들이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은 한국 금융회사 최초로 1992년 베트남에 대표사무소를 열며 일찌감치 해외로 발을 넓혔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50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자산·순이익’ 모두 1위에 올랐다. 대출 고객 99% 이상이 현지 고객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법인인 SBJ은행과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도 전년보다 각각 18.1%와 12.6% 늘어난 612억2900만원과 302억49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1526억8000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14.2% 증가한 수치다. 동남아법인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자동차할부금융과 비대면 뱅킹 등 개인 고객 서비스를 다양화한 게 결실로 이어졌다. 11개 해외법인 중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순익이 344억9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303억7700만원) 중국(292억원), 캄보디아(211억8100만원) 순이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