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원 사육사가 지난 2021년 첫돌을 맞은 푸바오를 안고 있다. 왼쪽은 지난달 7일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태어난 쌍둥이 판다.   /에버랜드 제공
강철원 사육사가 지난 2021년 첫돌을 맞은 푸바오를 안고 있다. 왼쪽은 지난달 7일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태어난 쌍둥이 판다. /에버랜드 제공
“푸바오처럼 좋은 메시지를 담은 이름이면 좋겠어요.”

2016년 중국에서 한국 에버랜드로 온 아이바오(암), 러바오(수) 판다 부부는 한국에서 자녀 셋을 낳았다. 2020년 태어난 첫째 푸바오와 지난달 7일 나온 암컷 쌍둥이들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푸바오가 폭발적 인기를 얻자 에버랜드 사육사 강철원 씨(54)도 ‘강바오’란 별명으로 함께 유명해졌다.

24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내 판다월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 사육사는 “쌍둥이들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판다들에게 대국민 공모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에버랜드 유튜브·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쌍둥이 판다 이름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쌍둥이들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생후 100일 무렵(10월 중순) 확정할 예정이다. 강 사육사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푸바오가 에버랜드 내 판다월드 방문객들에게 행복을 줬듯, 방문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이름이 선정되면 좋겠다”고 했다.

강 사육사는 쌍둥이 판다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야생에서는 엄마 판다가 쌍둥이를 돌보기 어려워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며 “판다월드에서는 사육사와 인큐베이터의 도움으로 두 마리 모두 건강하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140g, 180g으로 태어난 쌍둥이 판다의 현재 몸무게는 2㎏에 달한다.

쌍둥이의 탄생이 더 의미 있는 것은 ‘국민 판다’로 거듭난 푸바오가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번식기인 4세 이전엔 중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중국 측 방침 때문에 그렇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만 세 살이 된 지난달부터 중국 당국과 푸바오의 중국행에 관해 협의를 시작했다. 정확한 반환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기후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초 돌아갈 게 유력시된다.

이별을 앞둔 강 사육사는 36년 차 베테랑 사육사답게 의연했다. “푸바오가 그립긴 하겠지만 괜찮아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있을 겁니다.” 대학생 딸이 둘 있다는 그는 “누구나 때가 되면 집을 나가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육사는 1988년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그런 그에게도 동물과의 교감은 여전히 어렵다. “판다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원하는 게 뭐니, 어디가 아프니 같이 그냥 일상적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간담회장 주변에 있던 푸바오에게 “여기 좀 보고 웃어봐”, “오늘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냉면(죽순을 물에 넣어 얼린 것)’ 어때”라고 이야기를 건네며 교감했다.

그는 에버랜드 근무 기간에 80여 종의 동물을 담당했다. 그런 그에게 판다는 ‘자부심’이다. 강 사육사는 “국내 최초의 판다 번식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판다가 스트레스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판다들의 컨디션은 사육사에게 맡겨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많은 분이 관람 매너를 잘 지켜주고 있습니다. 판다도 한국 환경에 적응해 안정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어요.”

용인=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