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트리오'에 막힌 비대면진료…"전화로도 충분, 플랫폼 필요 없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법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약사 출신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적극 막고 나선 결과다.

이날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 없이 다음 소위로 심사를 넘겼다. 당초 정치권에선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 이달 상임위 통과가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원천 반대 입장까지 나오며 사실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복지위 내 ‘약사 트리오’인 전혜숙(더불어민주당), 서영석(민주당), 서정숙(국민의힘) 의원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약사단체는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면 ‘약 배송’도 같이 허용될 것으로 봐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지만, 동네 약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경북약사회장 출신인 전 의원은 이날 소위에서 현재 시행 중인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안에도 반대했다. 현행 시범사업에서는 30일 내 같은 병원에서 같은 질환으로 재진이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재진 환자도 특정 질환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전 의원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은 필요 없다”며 플랫폼 필요성 자체도 부정했다. 이날 복지위 회의장 밖에서는 전 의원이 “왜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나서냐”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비롯한 복지부 관계자들을 질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의사가 직접 환자를 볼 때보다 30% 정도 많은 비대면 진료 수가 반대와 관련해서는 전 의원에 서영석 의원이 가세했다.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면 수가보다 많을수록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해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된다. 이들은 130%의 수가가 많다며 약품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비대면 진료로 약품의 오남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관련 플랫폼 업체들은 “약품의 처방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데다 감독기관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대면 진료보다 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작다”고 반박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9~10월 국정감사에 연말 예산 시즌까지 지나면 사실상 재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