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세 개 운용사의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세 개 운용사의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말 부실 펀드 1조6700억원어치를 환매 중단해 수천 명의 투자금이 물린 라임펀드가 다선 국회의원, 투자기관, 기업 등 유력 투자자에게는 다른 펀드 자금까지 끌어와 돈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 일부 유력 투자자에게 미리 돈을 빼줬다. 다선 국회의원 A씨(2억원), B상장사(50억원), C중앙회(200억원) 등이다.

다선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4선인 김상희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래에셋증권 권유로 저를 포함한 전 고객이 환매한 것으로 안다”며 “수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라임펀드가 투자한 5개 회사에서는 회사 임직원 등이 총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발됐다. 일각에서 횡령 자금 일부가 정치 로비 등에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검사 결과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번지면 앞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횡령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렀을 가능성 등에 대해 검찰에 통보했다”며 “이후는 검찰 수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올초부터 옵티머스 등 펀드에 대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라임펀드, 2000억 추가 횡령 드러나…정치권에 거액 로비 의혹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세 개 자산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는 ‘조사 종결’이라기보다는 검찰 재수사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이유로 일부 유력 투자자에게만 석연찮은 펀드 환매 특혜를 준 건지, 수천억원의 대규모 횡령 자금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확실히 알아내지 못해서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근거 없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잡음도 나오는 분위기다.

○‘특혜다’ vs ‘아니다’

금감원 "라임펀드, 국회의원·기업에 환매 특혜 줬다"
라임펀드가 환매 중단을 공식화하기 전 돈을 돌려받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한 다선 국회의원을 비롯한 극소수 투자자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 4억5000만원과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을 끌어 썼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이를 ‘특혜성 환매’라고 명시했다.

특혜를 받은 국회의원으로 거론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권유에 따라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면서 환매한 것”이라며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당시 펀드 손실이 우려돼 고객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직원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인 줄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대가를 노리고 특정 투자자에게 예외적인 환매를 해준 것인지, 혹은 누군가의 요구나 압력에 못 이겨 돈을 빼준 것인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라는 의미다.

○사라진 투자금 2000억원은 어디에

그동안 무성하던 횡령 자금 용처에 대한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금감원은 라임펀드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을 통해 기업에 넣은 자금 중 최소 2000억원이 투자 목적 이외의 용도로 쓰였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라임펀드는 비상장기업 A사가 발행한 사모사채에 300억원을 투자했는데, A기업 회장은 이 자금을 임원에게 빌려준다는 명목으로 인출해 거의 전부를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라임펀드가 B사와 함께 벌인 1억달러(약 1340억원) 규모 캄보디아 개발사업 자금도 횡령으로 날아갔다. B사 이사가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으로 빼돌렸다는 게 금감원이 파악한 이 사업 자금 경로의 마지막이다.

금감원은 횡령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횡령자금 중 많게는 수백억원이 정·관계 로비 자금 등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돈의 최종 용처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영역”이라며 “각종 개연성을 파악해 의심되는 부분은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서도 횡령과 부정거래 행위 등이 추가 적발됐다. 한 공공기관 기금운용본부장은 옵티머스 펀드에 약 1060억원을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투자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C의 자금이 부족하자 또 다른 해외 SPC D가 C의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금감원 “특정 인사 겨냥은 아냐”

이번 조사는 지난 1월부터 금감원이 독자 운영하는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뤄졌다. 사모펀드 3사에 대해 이미 검사를 해 결론을 냈지만 이례적으로 전면 재검사에 나섰다.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 금감원장에 오른 이복현 원장이 재검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사를 계기로 그동안 설만 무성하던 정치권 로비 수사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함 부원장은 이날 “특정 인사를 겨냥해 검사를 벌인 것은 아니다”며 “사건 관련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금감원 입장에선 관심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한결/전범진/성상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