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 : 다우 -1.08%, S&P500 -1.35%, 나스닥 -1.8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39%(4.1bp), 2년물 5.025%(7.3bp)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은 대단했습니다. AI 수혜를 입는 분야인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은 10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1년 전(38억1000만 달러)보다 171% 증가한 것입니다. 또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60억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월가 예상치 125억 달러를 30% 가까이 상회하는 것입니다. AI 관련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어제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10%까지 올랐습니다. 24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증시 개장과 함께 6% 넘는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였습니다. 상승 폭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오전 11시께 상승 폭은 1%에 불과했습니다.

▶너무 올랐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3배 넘게(222%) 올랐습니다.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는 주당 500달러가 넘는 주가로 개장했다. 이는 이 회사가 향후 25년 동안 연평균 20%씩 매출을 늘려야 함을 뜻한다. 2분기 (엄청난) 실적도 이런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큼 좋지는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살 사람 다 샀다? AI 테마 사그라드나?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놀랄만한 실적과 고객의 긍정적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로부터 제한적 관심만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관점에서 볼 때, 기관의 추가 매수/추격 매수가 부족한 것은 투자자 전반에 걸쳐 굉장히 꽉 찬 포지셔닝을 반영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발표 직후 10곳 이상의 기관 주문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런 변화를 위험보상 차원에서 보고 있지만(주가가 비싸 보상이 적다), 잠재적으로 AI 테마가 '더 힘든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스에 팔아라? 잭슨홀 전 차익 챙겨라?
미라마 캐피털의 맥스 웨서먼 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것은 뉴스에 파는 것과 같다. 엔비디아는 엄청난 실적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이미 그것을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것을 깨닫고 미 중앙은행(Fed)이 (잭슨홀에서) 찬물을 붓기 전에 약간 이익을 얻고 있을 수 있다. Fed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곧바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주가는 0.1%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엔비디아에는 이미 많은 선행 매매가 있었다. 그리고 실적을 보면 GPU 구매 붐이 당분간 엔비디아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빅테크 대부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AI 칩을 더 높은 가격에 사야 한다면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어제 시간 외 거래에서 덩달아 오르던 빅테크, 반도체 주식은 오늘 대부분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아마존(-2.71%), 테슬라(-2.88%) 마이크로소프트(-2.15%)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금리 변화에 민감한 정보기술(IT) 업종은 2.15% 하락해 업종별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AMD는 7%가량 하락하고, 마이크론은 2% 이상, 인텔도 4% 이상 떨어졌습니다.


나일스는 또 이번에 나올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① 10월부터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함 ② 2조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던 잉여 저축은 거의 다 소진되어 가고 있음 ③ 높은 금리로 인해 아이폰에 대한 금융 비용 증가 ④ 신용 여건의 긴축으로 인한 경기 둔화 ⑤ 중국 수요 부진 ⑥ 소비자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함 등 여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오늘 새벽만 해도 엔비디아가 급등하면서 기술주 부활을 선도하고 뉴욕 증시가 조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은 내일 잭슨홀 연설보다 시장 흐름에 더 중요할 것 같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기술 기업이 강력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이들이 앞으로도 컨센서스 매출 성장 목표를 달성하고 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에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벽에는 주가지수 선물도 큰 폭으로 올랐죠. 하지만 오전 8시 30분에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발표된 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내일 아침 10시 5분에 시작될 잭슨홀 연설에 대한 걱정을 키웠습니다. 노동 시장이 이렇게 탄탄하다면 제롬 파월 의장은 매파적으로 나올 수 있지요. 작년 잭슨홀 연설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8분간 짧은 연설 속에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몇 차례나 강조한 뒤 S&P500 지수는 일주일간 7%나 하락했지요.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은 내일 잭슨홀 연설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으며, 이 행사가 변동성을 촉발한 작년의 데자뷔로 작용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작년의 연설은 모든 투자자의 마음속에 분명히 있다. 투자자 관심은 엔비디아에 대한 흥분에서 매파적일 수 있는 파월의 연설로 빠르게 이동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채권 시장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나오기 직전부터 금리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에 나온 7월 내구재 주문은 전달보다 5.2% 감소해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 4.1% 감소보다 더 나빴습니다. 이는 민간항공기 주문(주로 보잉)이 43.6%나 감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운송장비를 제외한 7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보다 0.5% 증가했습니다. 또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도 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내구재 주문이 나온 뒤 금리가 상승 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살아났습니다.






22V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을 보면 투자자의 78%는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성'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43%는 연설에 대한 시장 반응은 혼조되어 있거나 무시할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고, 37%는 '위험 선호'로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21%만이 시장 반응이 '위험 회피'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큰 것이죠. 22V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셰어 설립자는 "파월이 데이터 의존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10년물 금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경제 활동이 회복되면 Fed의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려는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잭슨홀에서 가진 CNBC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충분히 올렸다고 생각한다. 제약적 수준이므로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잠시 동안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Fed 스피커 중에선 하커 총재만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입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잭슨홀 예고 기사에서 "지난 몇 년과 마찬가지로 파월 의장은 연설을 통해 Fed의 단기 정책을 미리 보여줄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그는 중앙은행이 한 일을 검토하고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더 넓은 틀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한 발언은 Fed의 인플레이션 퇴치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파월이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내놓으면 시장은 랠리를 재개할까요? BCA리서치는 "8월 들어 조정이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12개월 선행 P/E는 19배로 비싸므로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낮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주의 경우 200일 이동평균선 이상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56%로 한 달 전보다 낮아져 이제 조금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시장은 절반이 넘는 주식이 장기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거래될 때까지 거의 바닥을 친 적이 없다. 아직은 시장 하락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봤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