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들 눈치작전…아직은 큰 가격 변동 없어
"마트·소매서 주문 줄였다" 일부는 가격만 살펴보고 관망하기도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후 첫 수산물 새벽 경매 현장 가보니
"오늘은 눈치작전이랄까, 다들 상당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더 신중한 거 같습니다.

"
25일 오전 6시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전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새벽 경매를 지켜보던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매우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 바닥에는 야간에 17척의 어선에서 내려놓은 수산물 7만여 상자가 진열돼 낙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주로 수출용 고기로 많이 쓰이는 점고등어가 경매에 부쳐졌고, 전갱이와 복어, 대삼치, 오징어, 조기 등도 보였다.

경매에 참여해 바쁘게 수신호를 보내던 한 도매상은 "수산물 소비가 많이 이뤄질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제까지는 그래도 괜찮았기 때문에 오늘도 경매에 참여했다"면서 "소비자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평소보다 움츠러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도매상의 우려 속 시작된 새벽 경매는 그래도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됐다.

복어가 상자당(20㎏) 15만∼20만원, 소형 갈치가 상자당 5만∼6만원에 낙찰됐고 오징어·고등어 등 주요 품목을 포함해 대부분 어종이 큰 가격 하락 없이 낙찰되는 모습이었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후 첫 수산물 새벽 경매 현장 가보니
갈치 4상자를 낙찰받은 자갈치 시장 한 소매상인은 "오늘은 일단 평소 가격대로 산 거 같다"면서 "어제 오염수가 방류되고 실제 판매가 시험대에 오르는 건 오늘부터인데, 오늘 이후 안 팔리면 물량 조절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매상인 김모 씨는 "오늘 낙찰받은 몇 종류 수산물의 경우 가격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소매상 쪽에서 오염수 방류 후 물건은 안 받겠다는 분도 계셨고,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어제부터 발주량을 줄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서 앞으로 가격이 유지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 일부 품목에서 반값에 낙찰된 수산물도 드문드문 나왔는데 이를 두고 '가격 하락의 신호탄'이라는 시각과 '지나친 해석'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3일 보통 한상자에 5만∼6만원 하던 방어가 2만∼3만원에 낙찰됐고, 최근 통영 장어가 kg당 1만원으로 기존 반값에 팔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훈 대형선망조합장은 "고등어를 비롯해 냉동, 가공품으로 쓰이는 수산물은 그래도 사정이 좋지만, 일부 내수용 생산은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무농약 농산물을 인증해주듯이, 방사능 없는 생선도 정부 인증 마크를 달아 소비자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동훈 중도매인 협동조합 이사장은 "수출이 아직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격이 내려갔다고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면서 "최근 가격이 내려간 품목도 바로 다음 날에는 비싸게 거래된 사례도 있어 상품 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후 첫 수산물 새벽 경매 현장 가보니
이날 일부 도매상들은 낙찰받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 물건을 주로 납품한다는 15년 차 도매업자 김모 씨는 "보통 이맘때쯤이면 수산물 종류와 관계없이 소매에서 1천500상자에서 2천상자 정도 주문이 들어오는데 어제 다섯 상자밖에 주문이 안 들어왔다"면서 "당분간은 가격만 체크하고 물건을 안 받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생물 고등어 20마리를 4만원에 받아서 (서울에) 올려준다고 하면 상자 작업 비용과 얼음, 냉동료, 운임 등을 계산해 4만7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소비자 가격이 받쳐 줄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고등어나 이런 쪽은 유럽이나 동남아 쪽 수출이 받쳐줘서 그나마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지 내수로는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후 첫 수산물 새벽 경매 현장 가보니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을 찾은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어민들께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를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 어민들은 결국 조업을 멈추게 되는데 그러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큰 일이 발생한다"면서 "정부가 가격 하락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수매에 나서주셨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