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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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 들어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하면서 물가 하락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물가 하락세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빚더미에 앉아 있어 재정 확대 정책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 2023년 8월 7일 자 한국경제신문 -
중국의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로 전환하며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 인플레이션(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회오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대조적입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달 들어 중국 정부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빌미 삼아 빗장을 걸어 잠궜던 자국민의 해외 단체 여행을 지난 10일 전면 허용하며 소비 진작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21일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p 낮춰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과 정반대 개념이죠. 원인은 총수요과 총공급, 양 측면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기술 발전이나 국제무역의 확산, 규제 완화로 인해 생산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총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입니다. 기술 진보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물가 하락 속도보다 빠르게 높아지면 기업의 이윤도 늘어납니다. 물가 하락과 함께 경제성장이 촉진될 수도 있는 것이죠. 한때는 사치재의 일종이었지만, 이젠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된 휴대폰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문제는 총수요 부진으로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경제의 총수요가 줄어들어 초과 공급이 생기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이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소비자는 당장의 소비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기업은 가격 하락에 판매량 감소까지 ‘이중악재’를 맞게 되고, 이를 이겨내지 못한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실업이 발생합니다. 직장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히 소비 지출은 줄어들고 수요 부진이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겠지요.

디플레이션은 부채가 많은 경제에 더 치명적입니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반대로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부채의 실질 가치도 상승하지요. 어떤 사람이 8억 원의 주택을 연 5% 금리로 전액 담보 대출을 일으켜 구매했는데, 집값이 4억 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산 가치는 반토막이 났지만 부채와 이자는 변동이 없습니다. 집이라는 실물 자산 기준으로 보면 예전에는 빚을 갚기 위해 집 한 채가 필요했지만 이젠 같은 집 두 채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자산이 줄어들면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고, 심한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집니다. 상황이 더 다급해지면 부채 상환을 위해 앞다퉈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자산 가치가 더욱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는 심화합니다.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소비·생산 침체 '악순환'…부채과잉 중국에 더 문제
이러한 상황은 기업, 정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부채 과잉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을 경험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나면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은 물론 실물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줍니다. 화폐수량설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부채 디플레이션(dept deflation)’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국 가계의 자산 구성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고, 공공 부채 규모가 14조 달러로 엄청나다는 점에서 부채 디플레이션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디플레이션의 의미를 이해해보자

2.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아보자

3.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