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가격 정상화, 2026년이면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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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16분의 1에 불과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탄소중립 여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톤당 1만원 수준으로는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나설 유인이 없다. 이월 제한 완화가 정상화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는 2026년에나 고려할 수있다는 입장이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한국의 탄소배출권(KAU22) 가격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8월 11일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7770원에 불과하다.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10만원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염가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의 느긋한 상황과 달리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최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 하와이 산불도 기후변화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 7월 기준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6.9℃라고 발표했다. WMO는 지구 온도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꼽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한 온도’에 거의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보고서는 대규모로 신속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이전에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2030년까지 43%를 감축한다는 과학적 목표도 제시했다. 짐 스키 IPCC 제3작업반 공동의장은 “지구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것은 모든 부문에 걸친 즉각적이고 심도 있는 배출량 감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경로 벗어난 한국
그러나 한국은 감축 경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2760만 톤으로 전 세계 10위권 내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다. 파리협정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배출 허용량은 4억3660만 톤이다. 2018년 대비 40%인 2억9100만 톤을 감축해야 한다. 2021년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 발전량 증가 그리고 경기 둔화 영향으로 2018년 대비 6.6% 감소한 6억7960만 톤이었다. 이는 연평균 약 2.2%의 감소한 것으로,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8년부터 매년 4.4% 감축을 해야 한다.
특히 산업 배출량 감축이 필수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솔린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자원 소모를 줄이는 일반 시민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과 산업 부문 온실가스배출량 감소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온실가스 다배출업체(사업장 기준 연간 2만5000톤, 법인 기준 연간 12만5000톤)는 정부가 정한 배출 총량 범위에 맞춰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로 지정된다. 현재 700여 곳의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이며, 이 업체의 온실가스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70%가 넘는다. 배출권거래제가 이들 온실가스 다배출업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 못하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1톤 7770원, 투자 유도 불가
반면, 온실가스 다배출업체가 감축에 투자할 만한 시장 환경은 조성되어 있지 않다. 한국 탄소배출권(KAU22) 가격은 8월 11일 종가 기준 5.8달러(7770원)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유럽 배출권(EUA) 가격 86.7유로(12만4114원) 대비 16분의 1 수준이고,
뉴질랜드 배출권(NZU) 가격 59.9뉴질랜드달러(4만3858원), 미국 캘리포니아 배출권(CAA) 가격 29.3달러(3만8935원), 호주 배출권(ACCU) 가격 32호주달러(2만7221원)와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저렴하다. 심지어 중국 배출권(CEA) 가격 60위안(1만923원)보다 저렴하다.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다른 국가보다 쉽고 저렴해 배출권 가격이 낮은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에 따르면, 발전 부문에선 탄소가격이 톤당 4만원이 되면 2020년 대비 1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산업 부문에선 탄소가격이 톤당 6만원 이상이어야 실질적 온실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한국의 2030 감축목표에는 약 3700만 톤의 해외 실적을 활용한다는 계획도 있다. 해외 감축 실적 확보는 톤당 1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가나는 자국의 감축 실적을 해외로 이전할 때 1톤당 5달러(6300원)를 받기로 했다. 세금만 톤당 6000원이 넘는 셈이다. 결국 온실가스 1톤당 1만원 수준의 배출권 가격으로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격 교란하는 이월 제한
한국의 배출권 가격이 이렇게 낮은 원인이 규제에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월 발간한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배출권 가격이 낮은 이유를 미활용 배출권의 이월 제한 규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및 경기 둔화로 기업이 정부에서 받은 배출권이 남았고 이월 제한 조치로 남은 배출권 일부는 반드시 시장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요가 없다 보니 배출권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월 제한 규제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한국의 독특한 규제로, 배출권거래제의 가격 기능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 기간(2026~2030년)부터는 이월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에서부터 이월 제한을 대폭 완화하지 않는다면 제3차 계획 기간 마지막 이행 연도인 2025년 배출량을 정산하는 2026년 8월까지는 1만원 수준의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규모 있는 감축을 하지 않으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1~2년 이내에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축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 계획을 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시설을 설치하고 가동하기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2026년 8월까지 숙제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다 마지막 3년 동안 밀린 숙제를 끝낼 수는 없다. 지금 허투루 보낸 우리의 몇 년이 미래세대에게 수백 년 동안 고통을 줄 수 있다.
하상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장
한국의 느긋한 상황과 달리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최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 하와이 산불도 기후변화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 7월 기준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6.9℃라고 발표했다. WMO는 지구 온도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꼽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한 온도’에 거의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보고서는 대규모로 신속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이전에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2030년까지 43%를 감축한다는 과학적 목표도 제시했다. 짐 스키 IPCC 제3작업반 공동의장은 “지구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것은 모든 부문에 걸친 즉각적이고 심도 있는 배출량 감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경로 벗어난 한국
그러나 한국은 감축 경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2760만 톤으로 전 세계 10위권 내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다. 파리협정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배출 허용량은 4억3660만 톤이다. 2018년 대비 40%인 2억9100만 톤을 감축해야 한다. 2021년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 발전량 증가 그리고 경기 둔화 영향으로 2018년 대비 6.6% 감소한 6억7960만 톤이었다. 이는 연평균 약 2.2%의 감소한 것으로,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8년부터 매년 4.4% 감축을 해야 한다.
특히 산업 배출량 감축이 필수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솔린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자원 소모를 줄이는 일반 시민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과 산업 부문 온실가스배출량 감소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온실가스 다배출업체(사업장 기준 연간 2만5000톤, 법인 기준 연간 12만5000톤)는 정부가 정한 배출 총량 범위에 맞춰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로 지정된다. 현재 700여 곳의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이며, 이 업체의 온실가스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70%가 넘는다. 배출권거래제가 이들 온실가스 다배출업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 못하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1톤 7770원, 투자 유도 불가
반면, 온실가스 다배출업체가 감축에 투자할 만한 시장 환경은 조성되어 있지 않다. 한국 탄소배출권(KAU22) 가격은 8월 11일 종가 기준 5.8달러(7770원)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유럽 배출권(EUA) 가격 86.7유로(12만4114원) 대비 16분의 1 수준이고,
뉴질랜드 배출권(NZU) 가격 59.9뉴질랜드달러(4만3858원), 미국 캘리포니아 배출권(CAA) 가격 29.3달러(3만8935원), 호주 배출권(ACCU) 가격 32호주달러(2만7221원)와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저렴하다. 심지어 중국 배출권(CEA) 가격 60위안(1만923원)보다 저렴하다.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다른 국가보다 쉽고 저렴해 배출권 가격이 낮은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에 따르면, 발전 부문에선 탄소가격이 톤당 4만원이 되면 2020년 대비 1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산업 부문에선 탄소가격이 톤당 6만원 이상이어야 실질적 온실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한국의 2030 감축목표에는 약 3700만 톤의 해외 실적을 활용한다는 계획도 있다. 해외 감축 실적 확보는 톤당 1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가나는 자국의 감축 실적을 해외로 이전할 때 1톤당 5달러(6300원)를 받기로 했다. 세금만 톤당 6000원이 넘는 셈이다. 결국 온실가스 1톤당 1만원 수준의 배출권 가격으로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격 교란하는 이월 제한
한국의 배출권 가격이 이렇게 낮은 원인이 규제에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월 발간한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배출권 가격이 낮은 이유를 미활용 배출권의 이월 제한 규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및 경기 둔화로 기업이 정부에서 받은 배출권이 남았고 이월 제한 조치로 남은 배출권 일부는 반드시 시장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요가 없다 보니 배출권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월 제한 규제는 다른 국가에는 없는 한국의 독특한 규제로, 배출권거래제의 가격 기능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 기간(2026~2030년)부터는 이월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에서부터 이월 제한을 대폭 완화하지 않는다면 제3차 계획 기간 마지막 이행 연도인 2025년 배출량을 정산하는 2026년 8월까지는 1만원 수준의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규모 있는 감축을 하지 않으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1~2년 이내에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축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 계획을 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시설을 설치하고 가동하기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2026년 8월까지 숙제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다 마지막 3년 동안 밀린 숙제를 끝낼 수는 없다. 지금 허투루 보낸 우리의 몇 년이 미래세대에게 수백 년 동안 고통을 줄 수 있다.
하상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