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취임 500일을 맞은 지난 24일 서울 방이동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혁 기자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취임 500일을 맞은 지난 24일 서울 방이동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혁 기자
아이스하키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1928년 첫 번째 아이스하키 경기가 치러져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지만 저변 확대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심을 끌더니 지난 4월 ‘2023 세계 여자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사람들 입에서 아이스하키가 부쩍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한국팀은 이번 대회 디비전1 그룹B조(3부)에서 5전 전승으로 사상 처음 2부 리그로 승격됐다.

세계 여자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인물은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다. 취임 500일을 맞은 이 회장을 지난 24일 서울 방이동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떨치는 골프처럼 아이스하키도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아이스하키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2434명이던 협회 등록 선수가 지난해 3684명까지 늘었다. ‘평창 붐’으로 이어진 국내 초등부 아이스하키팀은 2020년 90개에서 지난해 100개를 돌파했다. 이 회장은 “대회 출전 선수만 신청하다 보니 협회 등록 인원은 실제 아이스하키 인구 증가세를 다 담지 못한다”며 “등록 인원 3000여 명에 유소년 클럽 선수, 동호인 등을 다 합하면 국내 아이스하키 인구는 올해 약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하키 인기는 피부로도 체감된다. 이른바 ‘맘카페’ 등에선 방과 후 활동으로 동네에 있는 아이스하키 클럽에 대한 문의, 아이스하키팀을 찾는 부모들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초창기 골프처럼 ‘비싼 운동’이라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초등학생은 월 30만원이면 아이스하키를 시작할 수 있다. 장비 등도 클럽에서 대여해주는 곳이 많아 비용 부담이 생각보다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대한체육회가 지원하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후원하는 캠페인 프로그램 연계 ‘하키투게더’를 열었고,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최초 신생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 ‘한돈배 더 드림 리그’ 유치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주류인 IIHF에서도 스포츠 외교를 통해 한국의 입지를 다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 아이스하키계에서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유치에 이어 최근에는 이 회장의 총회 참석을 협회에서 먼저 강력히 요청하는 등 달라진 지위를 실감하고 있다. 내년 1월 강원도에서 개막하는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도 IIHF 임원이 이례적으로 대거 방한키로 했다. 이 회장은 “중국 위주로 돌아가던 아시아의 아이스하키 산업이 IIHF의 중국 견제 때문에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한국에는 영향력을 넓힐 기회다. 앞으로 많은 국제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숙제도 많다. 남녀 1개(남자 HL안양, 여자 수원시청)씩만 있는 실업팀을 늘리고,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도 설립해야 한다. 이 회장은 “아이스하키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널리 전할 수 있다”며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스하키 매력을 알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