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고사 이후 침묵을 지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재능 있는 사업가였다”며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 의해 암살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고, 항공기 추락은 미사일 격추가 아니라 기내 폭발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 대행과의 회담에서 “모든 희생자의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아침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예비 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며 “(추락 사고의 원인 규명이) 철저히 이뤄질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복잡한 운명을 갖고 태어나 힘든 길을 걸었다”며 “몇 차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거뒀고 우리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중대한 실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고가 자신의 소행임을 간접 시인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는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보당국은 프리고진의 사고 원인을 ‘의도적인 폭발’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은 친(親)바그너 텔레그램 채널 등이 제기한 미사일 격추설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연방항공국(FAA) 사고조사단에서 일했던 제프 구제티는 “추락 영상과 잔해,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한 결과 기내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 사망을 지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서방 세계의 일방적 시각”이라며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직 많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공식 조사를 통해 규명된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우/김인엽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