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25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지난해보다는 순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파적인 통화 긴축정책을 시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다만 필요할 경우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경계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 가능성

파월 의장은 이날 “통화정책의 미래 방향에서 물가상승률 2%는 우리 인플레이션(관련 통화정책)의 목표로 남을 것”이라며 “통화정책 기조를 충분히 긴축적으로 가져가며 2%로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적절한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지금까지의 성과는 인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며 “데이터가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연설을 시작한 뒤 시장은 움직임을 자제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0.02% 빠지는 데 그쳤다.

이는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시장이 폭락했던 2022년의 반응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발언 후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오전 10시40분 기준 84.5%로 봤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전 80% 수준에서 높아진 것이다. 다만 11월 FOMC에서 최종 인상될 가능성은 대략 50 대 50으로 보고 있다.

○추가 긴축 두고 Fed 내 의견도 갈려

잭슨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도 있었지만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져 있다”면서도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어디가 정점인지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올해 한 차례 더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도 “미국 경제가 아직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하향 궤도로 바꿀 만큼 둔화하지 않았다”며 추가 긴축 필요성을 시사했다.

FOMC 투표권이 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CNBC에 “그동안의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금리 동결 견해를 밝혔다.

두 사람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그 해석은 달랐다. 콜린스 총재는 “높은 시장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추는 데 있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과 맞아떨어진다”며 긴축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커 총재는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오르면 경제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국채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거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리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