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2천점 어디갔니…영국 '충격'
3천500년 전 유물을 포함해 소장품 최대 2천점이 도난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영국박물관의 관장이 초유의 사태에 책임지고 사임한다.

하르트비크 피셔 영국박물관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도난 의심 경고를 받았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관장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미술상 이타이 그라델 박사는 2021년 2월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도난 의심품을 약 70개 구매한 뒤 영국박물관에 경고했지만, 박물관 측은 물품을 모두 확인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 피셔 관장은 그라델 박사가 처음 연락했을 때는 도난 물품의 규모에 관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셔 관장은 이번에 낸 성명에서 그라델 박사에 관해 한 자신의 발언도 철회하고 유감을 표했다.



미술사학자인 피셔 관장은 2016년 독일인으로서 처음으로 영국박물관장에 임명됐고 내년 7월 퇴임할 예정이었다. 영국박물관에 외국인 관장이 선임된 것은 1759년 문을 연 이후 두번째였다.

영국박물관의 조지 오스본 이사장은 사표가 수리됐다고 밝히고, 앞으로 문제를 고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사라진 물품들이 기원전 15세기∼19세기인 금 장신구, 준보석 등이고, 대부분 수장고에 보관돼있던 작은 물품이라고 말했다. 그라델 박사는 도난품이 최대 2천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중엔 등록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보석들도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영국박물관은 지난주 소장품이 대거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다고 밝히고, 이후 이 직원을 대상으로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남성 한 명을 심문했지만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 '마블스' 조각상 반환을 요구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그리스 고고학협회 회장은 BBC 인터뷰에서 "그리스 문화유산이 영국박물관에서 더 잘 보호된다는 얘기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반환을 촉구했다.

'파르테논 마블스'는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 점령됐던 19세기 초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이다. 1832년부터 영국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그리스는 오래전부터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영국박물관 측은 오스만제국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반출한 문화재이므로 반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