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조용한 퇴사' 말고 '영리한 퇴사'
아끼는 팀원이 퇴사했다. 신입으로 입사해 5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팀원이었던 터라 이직 얘기를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만둔다고?’ ‘뭐가 불만이었을까?’ ‘언제 준비한 거지?’ 여러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직이 당연한 시대라고 말하지만, 막상 내 팀원의 일이면 매번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팀원 대부분이 1990년대생인 조직을 여러 해 꾸리면서, 더구나 사용자 대부분이 1990년대생인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퇴직 인사 메일을 받고, 다시 서운함은 접어둔 채 응원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직장생활에서 첫 팀장님으로 만나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5년차라,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 생각했습니다. 직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결정하게 된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요즘 세대는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생각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부의 생각이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가 됐다. 조용한 퇴사는 조용히 회사를 그만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보다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투자하는 마음을 그만두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열정에 투자하는 마음을 그만두는 원인이다. 그 원인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 환경인 것이 문제다.

그래서 누군가는 조용한 퇴사를 선택하지만 많은 이들은 악착같이 경험하고 레벨업을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퇴사하는 이유도 이직이나 창업을 통해 레벨업을 하기 위한 ‘영리한 퇴사’다.

Z세대가 업무를 통해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성장’이다. 직장은 그들에게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무대가 돼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따라서 그들이 현재의 일에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퇴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세대만의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있을 것이다. 퇴사와 이직은 세대가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보통의 경력을 쌓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것이 결과는 아니다. 이미 떠날 사람이라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