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눈 감고 감상해보세요…한편의 詩같은 연극 '토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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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타'
손숙의 60년 연기인생 기념작
배우들이 서로 대화하지 않고
각자 독백하는 독특한 형식
손숙의 60년 연기인생 기념작
배우들이 서로 대화하지 않고
각자 독백하는 독특한 형식
“당신 품에 안겨서/이렇게 당신 품에 안겨 눈을 감고 누워서/나는 가벼워져요./낱낱이 샅샅이/당신은 내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고/나는 내 몸을 잊어버려요.”(연극 ‘토카타’ 중에서)
배우 손숙(79·사진)의 연기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작품 ‘토카타’는 한 편의 시 같은 연극이다. 배삼식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대사와 손진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그리고 손숙의 내공 있는 연기가 한데 섞이면서 음률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형식은 다소 낯설다. 등장인물은 ‘여자’(손숙 분)와 ‘남자’(김수현 분) 그리고 ‘춤추는 사람’(정영두 분) 등 세 사람뿐이다. 세 사람은 한 무대에 등장하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는 각자 자기 이야기를 번갈아 독백으로 쏟아내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등장하는 춤추는 사람은 오로지 몸짓만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사건도, 갈등도 없다. 일반적인 연극과 분명 다르다.
작품 속 여자와 남자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접촉’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오래전 남편이 세상을 등진 뒤 유일하게 곁을 지켜준 늙은 개를 떠나보낸 여자는 남편의 포옹과 개의 온기 등을 그리워한다. 병원에서 인공호흡장치를 단 채 사경을 헤매는 남자는 육체 속에 갇혀 자신이 어루만졌던 손길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외로워한다.
산책하면서 조용히 상념에 젖는 느낌으로 감상하면 좋은 연극이다. 남자와 여자의 대사는 각자 말하는 것 같지만 잘 들어보면 전부 이어져 있다. 춤추는 사람의 안무도 남자와 여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조각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으려면 집중해서 봐야 한다. 배삼식 작가는 “일반적인 연극은 사건과 갈등으로 관객을 이끌고 가지만, 이 작품은 관객 스스로 만들어가는 점이 다르다”며 “배우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관객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곱씹으며 무대와 교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극엔 손숙의 60년 연기 인생뿐 아니라 일련의 시련으로 겪은 슬픔과 고독이 녹아들어 있다. 손숙은 지난해 12월 남편을 떠나보냈다. 갑작스럽게 다쳐 3개월간 병상에 누워도 있었다.
그는 “그 시간 동안 말 그대로 어떤 접촉도 없이 고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그때 이 작품이 내 안에서 ‘묵으면서’ (다시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연극이 끝나고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n차 관람’을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눈을 감고 감상해보는 걸 추천한다. 공연은 9월 10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U플러스스테이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배우 손숙(79·사진)의 연기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작품 ‘토카타’는 한 편의 시 같은 연극이다. 배삼식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대사와 손진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그리고 손숙의 내공 있는 연기가 한데 섞이면서 음률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형식은 다소 낯설다. 등장인물은 ‘여자’(손숙 분)와 ‘남자’(김수현 분) 그리고 ‘춤추는 사람’(정영두 분) 등 세 사람뿐이다. 세 사람은 한 무대에 등장하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는 각자 자기 이야기를 번갈아 독백으로 쏟아내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등장하는 춤추는 사람은 오로지 몸짓만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사건도, 갈등도 없다. 일반적인 연극과 분명 다르다.
작품 속 여자와 남자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접촉’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오래전 남편이 세상을 등진 뒤 유일하게 곁을 지켜준 늙은 개를 떠나보낸 여자는 남편의 포옹과 개의 온기 등을 그리워한다. 병원에서 인공호흡장치를 단 채 사경을 헤매는 남자는 육체 속에 갇혀 자신이 어루만졌던 손길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외로워한다.
산책하면서 조용히 상념에 젖는 느낌으로 감상하면 좋은 연극이다. 남자와 여자의 대사는 각자 말하는 것 같지만 잘 들어보면 전부 이어져 있다. 춤추는 사람의 안무도 남자와 여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조각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으려면 집중해서 봐야 한다. 배삼식 작가는 “일반적인 연극은 사건과 갈등으로 관객을 이끌고 가지만, 이 작품은 관객 스스로 만들어가는 점이 다르다”며 “배우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관객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곱씹으며 무대와 교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극엔 손숙의 60년 연기 인생뿐 아니라 일련의 시련으로 겪은 슬픔과 고독이 녹아들어 있다. 손숙은 지난해 12월 남편을 떠나보냈다. 갑작스럽게 다쳐 3개월간 병상에 누워도 있었다.
그는 “그 시간 동안 말 그대로 어떤 접촉도 없이 고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그때 이 작품이 내 안에서 ‘묵으면서’ (다시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연극이 끝나고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n차 관람’을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눈을 감고 감상해보는 걸 추천한다. 공연은 9월 10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U플러스스테이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