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적과의 동침'이 대세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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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R&D·공급망 손잡아
'나카마 즈쿠리' 적극 나설 때
서정환 산업부장
'나카마 즈쿠리' 적극 나설 때
서정환 산업부장
![[이슈프리즘] '적과의 동침'이 대세인 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7.14286610.1.jpg)
스즈키(60만 대)는 작년 일본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도요타(129만 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4개사는 자본과 연구개발(R&D) 등에서 얽혀 있다. 도요타는 스즈키 지분 4.9%, 마쓰다 5.1%, 스바루 지분 16.8%를 보유하고 있다. 스즈키와 마쓰다 역시 도요타 지분을 갖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등은 인근 다테시나산에서 4년 만에 열린 ‘2회 다테시나회의’에도 함께했다. CEO들은 교통안전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나카마 즈쿠리’(동료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친환경 기술 확보를 위해 손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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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업종 내 경쟁사 간 피 튀기는 싸움은 여전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총 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군함 건조사업 수주 결과를 놓고 방위사업청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방사청이지만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5월 에어컨 시장 점유율과 화재 사건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2014년에는 세탁기 파손 사건으로 소송전도 불사했다. 출혈 경쟁으로 인한 ‘상처뿐인 영광’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3사는 2010년대 초반 저가 수주에 나선 결과 작년까지 11년 연속 동반 적자 수렁에 빠졌다.
일본은 위기 때마다 ‘히노마루(일장기) 연합군’을 결성했다. 일본 반도체 연합인 엘피다반도체를 비롯해 재팬디스플레이, JOLE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쇠락 직전 설립된 탓에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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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내수 시장을 놓고선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해외에서는 고민해 볼 일이다. 무턱대고 치고받고 싸우기엔 글로벌 경영 여건이 너무나 심각하다. 혼자서는 기술 확보가 어렵고, 첨단기술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고성능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돈과 머리를 합쳤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MS·구글보다 한발 늦게, 그것도 ‘내수용’이란 지적을 받는 AI 서비스를 내놓을 바라면 말이다. 총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 ‘HD현대-한화오션 연합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적과의 동침’이 대세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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