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투자은행(IB) 노무라가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랠리에 대해 ‘피크 아웃’(고점 통과) 논란을 제기했다. 노무라는 “지난해 수주가 정점을 찍었다”며 국내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주가 전망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한국 조선업계는 “절반만 맞는 얘기”라며 “전체 발주는 줄어들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는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라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올해 글로벌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액은 전년보다 22.6% 감소할 것”이라며 “(그동안 적었던)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 신규 수주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했다.

주요 기관 중 올 들어 조선업 피크아웃을 주장한 곳은 노무라가 처음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규 발주된 선박은 231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7만CGT)보다 25% 줄었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계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HD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수주 규모는 72억6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2억8600만달러)과 비슷했다. 올해 전체 발주가 꺾였지만, 고가 선박을 중심으로 한 수주 랠리엔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발주가 많아 올해와 내년엔 이보다 적은 규모를 수주할 것이라는 시각엔 동의한다”며 “하지만 선박 가격이 비싸졌고, 신조선 수요가 적었던 탱커(유조선 등)도 발주가 나오면서 한국 조선사엔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탱커는 컨테이너·가스선보다 선속이 느려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친환경 엔진을 장착하는 수요가 적었지만, 앞으로는 탱커도 친환경 선박 수요가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탱커에 강점을 지닌 중국 조선사들이 도크를 3년치가량 채운 터라 가격이 오를 경우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