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와인 버리는데 2800억 쓴다고?…'뜻밖의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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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佛정부, 와인 폐기 예산 2억유로 배정
증류 작업 거쳐 산업용 에탄올로 재활용
공급 느는데 수요 줄며 가격 폭락한 탓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99.32590197.1.jpg)
28일 AF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농무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미 생산된 와인을 폐기하기 위해 2억유로(약 2864억원)를 책정, 유럽연합(EU)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보르도, 랑그도크 등 주요 와인 생산지가 지원금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폐기된 와인은 전량 증류해 손 세정제나 각종 세척제, 향수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산업용 에탄올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멀쩡한 와인 버리는데 2800억 쓴다고?…'뜻밖의 이유' 있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344226.1.jpg)
마르크 페스노 농무장관은 이날 와인 양조장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와인 가격을 방어해 와인 생산자들이 수익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와인업계는 소비 성향의 변화를 고민하고, 이에 적응해 생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농민회에 따르면 현지 생산업체 세 곳 중 한 곳이 와인 수요 감소로 인한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와인 가격이 폭락한 탓이다.
![멀쩡한 와인 버리는데 2800억 쓴다고?…'뜻밖의 이유' 있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344228.1.jpg)
반면 수요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레드와인 소비량은 지난해까지 10년간 32% 줄었다. 프랑스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 조사에선 올해 와인 소비량이 포르투갈(-34%), 독일(-22%), 프랑스(-15%), 스페인(-10%), 이탈리아(-7%) 등 유럽 전역에서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이 소비되는 지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식당과 술집 등이 봉쇄된 영향이 컸던 데다, 최근 들어서는 술 자체를 선호하지 않거나 와인 대신 맥주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의 수요 둔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 필수품 지출 감소 등도 와인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저가 와인 대신 프리미엄 와인과 샴페인에 대한 수요는 비교적 견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LVMH나 페르노리카 등 대기업들은 위스퍼링 엔젤, 세인트 마거릿 앙 프로방스 등 고급 로제 와인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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