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모차르트 인생을 천진하고, 처연하게 읊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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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폐막 공연 리뷰
멘데스 지휘·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협연
순수한 음색과 명료한 터치…기품·활기 살려내
예민하게 밀도 조율…견고한 구조, 짜임새 표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멘데스의 섬세한 지휘로 음향적 균형감 살아나
응축된 음향 증폭…장대한 역동성·박진감 선사
멘데스 지휘·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협연
순수한 음색과 명료한 터치…기품·활기 살려내
예민하게 밀도 조율…견고한 구조, 짜임새 표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멘데스의 섬세한 지휘로 음향적 균형감 살아나
응축된 음향 증폭…장대한 역동성·박진감 선사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모차르트 인생을 천진하고, 처연하게 읊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346586.1.jpg)
백건우가 지난 27일 스페인 출신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 해외 유수 악단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2023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폐막 공연 무대에 올랐다.
오후 5시. 진중한 표정으로 무대를 천천히 걸어 나온 백건우가 들려준 곡은 간결한 어법과 경쾌한 리듬, 다채로운 악상으로 채워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대관식’. 백건우는 시작부터 건반을 깊게 누르기보단 가볍게 툭툭 끊어치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순수한 음색을 살려냈다. 하나의 선율 안에서 예민하게 밀도를 조율하며 움직이는 손놀림과 단단한 음색은 모차르트의 기품과 활기를 동시에 펼쳐내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모차르트 인생을 천진하고, 처연하게 읊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346603.1.jpg)
완서악장인 2악장에선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에 차이를 주면서 자칫하면 단조롭게 들릴 수 있는 선율에 풍부한 색채를 덧입혀 소리를 냈다. 그러자 작품 특유의 천연한 서정과 입체감이 온전히 살아났다. 마지막 악장. 백건우는 뼈대가 되는 음은 강한 타건으로, 나머지 음은 둥글게 감싸 소리 내는 듯한 가벼운 터치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선율의 매력을 펼쳐냈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모차르트 인생을 천진하고, 처연하게 읊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1.34346614.1.jpg)
낭만적인 선율과 화성으로 유명한 3악장에선 클라리넷을 비롯한 목관이 명징한 터치와 우아한 음색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애절한 러시아 서정을 완연히 드러냈다. 이를 뒤에서 받쳐내는 현악의 신비로운 선율과 금관의 짙은 울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악곡 전체의 입체감을 살려냈다. 마지막 악장에선 빠르게 쏟아지는 음표 속에서도 정확한 리듬 표현과 견고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것)을 지켜가면서 안정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모든 악기군이 응축된 소리와 음악적 표현을 증폭시키면서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라흐마니노프 작품 특유의 장대한 역동성과 박진감을 펼쳐내기에 충분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