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딥블루닷 대표(왼쪽)와 윤관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경기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이동희 딥블루닷 대표(왼쪽)와 윤관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경기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미국 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수아랩 초기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고객 피드백 분석 솔루션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 딥블루닷이다.

이동희 딥블루닷 대표는 “수아랩 때도 딥러닝 AI 기술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던 초창기에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며 “지금 생성 AI 기술이 초기이다 보니 다시 한번 성공적인 BM을 개발해보겠다는 생각에 수아랩 초기 멤버가 하나둘씩 모였다”고 말했다.

수아랩에서 사업 이사를 지낸 이 대표를 필두로 윤관우 전 수아랩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딥블루닷의 CTO를 맡았다. 수아랩 1호 연구원이었던 금종수 AI 엔지니어도 합류했다. 지난해 말까지 지금의 9명 팀이 구성됐다.

딥블루닷은 처음부터 미국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했다. 글로벌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로부터 초기 시드 투자를 받고 멘토링을 받는 ‘배치 프로그램’을 교두보로 삼은 이유다. 미국에서 터를 먼저 닦아놓은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엔젤투자자로 참여하고, 지난 5월 글로벌 AI 프로젝트에 투자 경험이 많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주도로 35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것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딥블루닷은 문제 중심으로 접근한다. 수아랩 때부터 일하던 방식이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기술에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문제에서 기술을 어떻게 쓸지를 생각한다”며 “이번 YC 배치프로그램에 선정된 것도 생성 AI의 사용 사례를 만들어낸 이유가 컸다”고 말했다.

딥블루닷이 개발한 AI 기반 고객 피드백 분석 솔루션 ‘싱클리’도 고객의 가장 시급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YC 배치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 2~5개사씩 총 100개 B2B SaaS 회사를 인터뷰했다. 100개 기업을 인터뷰한 결과 회사들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한 문제는 고객들이 남기는 피드백을 직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이었다.

이 대표는 “현재 생성 AI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곳이 콘텐츠 창작 영역이다 보니 의외로 분석과 정리 쪽에서 적용 사례가 많지 않다”며 “싱클리는 고객 피드백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뽑아내는 생성 AI 활용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싱클리는 고객이 남기는 수십만 개 피드백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는 최적의 ‘토픽모델링’을 기반으로 토픽별로 재무적 임팩트를 예측해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탈 위험이 있는 고객과 추가 구매력이 있는 고객 데이터를 연결해 해당 토픽을 실행하지 않았을 때 놓칠 수 있는 매출 기회 등을 계산해 보여준다.

100개 기업 인터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절반 정도는 딥블루닷의 시드 투자사인 YC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나머지 절반은 ‘콜드 메일’을 보내 성사된 인터뷰다. 이 대표는 “콜드 메일 100개를 보내면 2개 정도 회신이 온다”며 “거의 1000개 메일을 보내 50개 기업 인터뷰가 성사됐다”고 했다.

콜드 메일을 보내는 요령은 ‘명확한 이유’와 ‘너희 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곤 15분만 줌 미팅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15분 줌 미팅의 목표는 30분 전화 미팅 ‘티켓’을 사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중요한 얘기는 30분 전화 미팅에서 이뤄지고, 거기서 잘 되면 ‘커피챗’ 대면 미팅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터뷰한 기업들은 딥블루닷 고객사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 SaaS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20여 곳이 싱클리 고객사로,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 이상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