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5만7000세대 쏟아지는 경기 화성…속도 붙는 親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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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서희 스타힐스 4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외벽 도색 작업까지 마친 동(棟) 사이를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내며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이르면 오는 10월께 1846세대가 입주하는 이 단지를 비롯해 경기 화성에는 21대 총선부터 22대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까지 5만7454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새롭게 들어선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경기 화성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지역 중 하나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83만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93만명까지 불었다. 이런 추세면 올 연말 전에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20대와 3040세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뚜렷하다. 이는 정치적으로 화성 내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견고했던 보수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분구(分區), 선거구 획정에 따라 화성 내 정치 지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경기 화성은 16대까지만 해도 인근 오산시과 묶여 오산시·화성군이 지역구였다. 이후 동탄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인구가 늘자 17대 때부터 화성시가 단일 지역구로 떨어져 나왔다.
18대에는 화성갑·을로 다시 나뉘었고, 20대부터는 또 다시 화성갑·을·병으로 쪼개져 총선을 치렀다. 현재 화성갑(송옥주)·화성을(이원욱)·화성병(권칠승)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구다. 젊은층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며 '화성=야권 텃밭'이라는 구도가 굳어져서다.
하지만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화성 전 지역을 '야권 텃밭'으로 잘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얘기다. 동탄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화성을·화성병과 전통 농촌 및 향남·남양 신도시·새솔동 등이 섞여 도농 복합지역인 화성갑의 분위기가 달라서다.
우선 18대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으로 각각 생긴 화성을과 화성병은 야권 성향이 뚜렷하다. 동탄3동을 제외한 동탄신도시 대부분이 속한 화성을은 19대 때부터 이원욱 더불어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다. 이 의원은 18대까지만 해도 당시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대패를 했다. 하지만 동탄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된 19대부터는 이 의원이 압도적인 득표차로 현 여권을 앞지르며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이 의원의 득표율은 64.5%다. 경쟁자였던 임명대 미래통합당 후보(34.5%)를 큰 표차(30%포인트)로 따돌렸다. 이는 19대(25.5%포인트), 20대(26.4%포인트)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의 한 지역 보좌진은 "화성시는 평균 연령이 38세일 정도로 젊은 도시"라며 "외지에서 젊은이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정치 선호도가 변했고, 이에 맞춰 지역 정책도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에 대체로 맞춰져 있다"고 했다.
20대 때 획정이 된 동탄3동과 병점동, 봉담읍 일부 등이 속한 화성병에서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권 의원 역시 20대(18.4%포인트)보다 21대(30.1%포인트) 들어 격차가 더 커졌다. 화성을·화성병 모두 야권 지지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화성 내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입주하는 굵직한 대단지의 상당 부분이 화성병 지역에 해당한다. 화성병 지역구에 있는 봉담2지구 중흥S클래스는 지난 24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에듀파크(1050세대)와 더센트럴(824세대) 단지로 나뉘어 1874세대가 오는 10월까지 입주하게 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봉담IC와 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해 교통이 좋다"며 "수원 등 경기 남부권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입주민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루엘리안(456세대)은 신혼 희망타운으로, 입주민 대부분이 30대 신혼부부다.
이 관계자는 "봉담 산업단지나 향남 제약산업단지와 가까워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근처 동화지구에도 봉담자이라피네(750세대)가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동탄 등 화성 동부 지역은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대선에서 화성시 전체적으로는 이재명 당시 후보의 득표율(52.69%)이 윤석열 후보(43.9%)보다 높았지만, 화성갑은 윤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젊은층이 많은 향남 지역 투표율이 저조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향남·남양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화성갑도 점차 야권화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화성 토박이 출신인 화성갑 송옥주 의원은 비례대표로 초선을 지냈고, 험지로 분류된 화성갑에서 재선에 도전했는데 화성시장을 지낸 최영근 미래통합당 후보를 약 6398표(5.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17대 때 열린우리당 안병엽 후보가 화성갑에서 당선된 이후 진보진영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당선된 건 처음이다.
송 의원의 승리에는 신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향남읍·남양읍·새솔동의 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 의원은 이들 세 곳에서만 상대 후보를 이겼고, 나머지 농촌 지역에서는 전부 패했다. 향남·남양·새솔동의 선거인수는 10만4131명으로, 전체(19만9428명)의 절반이 넘는다.
새솔동에는 21대 총선 이후 송산 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5차(608세대), 송산신도시모아미래도에듀포레(585세대), 송산대방노블랜드스타빌리지6차(390세대) 등이 새로 입주했다.
화성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화성이 인구 구성 측면에서 진보 진영에 유리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인구 증가에 따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동탄 중심인 화성을은 현역인 이 의원 외에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가 뛰고 있다. 진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로, 개딸 지지를 받는 진 전 대표와의 대결이 관심사다.
국민의힘 화성병 지역위원장은 석호현 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이 맡고 있다.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들어온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화성 동탄 지역구를 노리고 지난 5월 지역사무소를 열었다. 전 의원은 22대 총선 때 새로 동탄 2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롭게 획정될 화성정 지역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경기 화성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지역 중 하나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83만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93만명까지 불었다. 이런 추세면 올 연말 전에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20대와 3040세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뚜렷하다. 이는 정치적으로 화성 내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견고했던 보수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색 옅어지는 경기 화성
경기 화성은 동부 지역인 동탄신도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전까지만 농촌 부락·집성촌 중심으로 보수세가 강했다. '열린우리당 바람'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 16·17대 때 진보 진영이 지역구를 거머쥔 적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 우위 지역으로 분류됐다. 18~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화성갑)됐다.하지만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분구(分區), 선거구 획정에 따라 화성 내 정치 지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경기 화성은 16대까지만 해도 인근 오산시과 묶여 오산시·화성군이 지역구였다. 이후 동탄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인구가 늘자 17대 때부터 화성시가 단일 지역구로 떨어져 나왔다.
18대에는 화성갑·을로 다시 나뉘었고, 20대부터는 또 다시 화성갑·을·병으로 쪼개져 총선을 치렀다. 현재 화성갑(송옥주)·화성을(이원욱)·화성병(권칠승)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구다. 젊은층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며 '화성=야권 텃밭'이라는 구도가 굳어져서다.
하지만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화성 전 지역을 '야권 텃밭'으로 잘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얘기다. 동탄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화성을·화성병과 전통 농촌 및 향남·남양 신도시·새솔동 등이 섞여 도농 복합지역인 화성갑의 분위기가 달라서다.
우선 18대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으로 각각 생긴 화성을과 화성병은 야권 성향이 뚜렷하다. 동탄3동을 제외한 동탄신도시 대부분이 속한 화성을은 19대 때부터 이원욱 더불어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다. 이 의원은 18대까지만 해도 당시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대패를 했다. 하지만 동탄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된 19대부터는 이 의원이 압도적인 득표차로 현 여권을 앞지르며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이 의원의 득표율은 64.5%다. 경쟁자였던 임명대 미래통합당 후보(34.5%)를 큰 표차(30%포인트)로 따돌렸다. 이는 19대(25.5%포인트), 20대(26.4%포인트)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의 한 지역 보좌진은 "화성시는 평균 연령이 38세일 정도로 젊은 도시"라며 "외지에서 젊은이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정치 선호도가 변했고, 이에 맞춰 지역 정책도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에 대체로 맞춰져 있다"고 했다.
20대 때 획정이 된 동탄3동과 병점동, 봉담읍 일부 등이 속한 화성병에서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권 의원 역시 20대(18.4%포인트)보다 21대(30.1%포인트) 들어 격차가 더 커졌다. 화성을·화성병 모두 야권 지지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화성 내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입주하는 굵직한 대단지의 상당 부분이 화성병 지역에 해당한다. 화성병 지역구에 있는 봉담2지구 중흥S클래스는 지난 24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에듀파크(1050세대)와 더센트럴(824세대) 단지로 나뉘어 1874세대가 오는 10월까지 입주하게 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봉담IC와 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해 교통이 좋다"며 "수원 등 경기 남부권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입주민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루엘리안(456세대)은 신혼 희망타운으로, 입주민 대부분이 30대 신혼부부다.
이 관계자는 "봉담 산업단지나 향남 제약산업단지와 가까워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근처 동화지구에도 봉담자이라피네(750세대)가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동탄 등 화성 동부 지역은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최대 관심은 '도농 복합'인 화성갑
정치권이 선거 전략 측면에서 화성을 바라봤을 때 관심사는 이미 야권 우세로 돌아선 화성을·화성병보다는 화성갑이다. 화성갑은 화성을·화성병과 달리 보수세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지역이다. 봉담읍 일부와 우정읍·매송면·비봉면·마도면·팔탄면·장안면 등 농촌 지역이 여기에 해당해서다.실제 지난해 대선에서 화성시 전체적으로는 이재명 당시 후보의 득표율(52.69%)이 윤석열 후보(43.9%)보다 높았지만, 화성갑은 윤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젊은층이 많은 향남 지역 투표율이 저조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향남·남양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화성갑도 점차 야권화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화성 토박이 출신인 화성갑 송옥주 의원은 비례대표로 초선을 지냈고, 험지로 분류된 화성갑에서 재선에 도전했는데 화성시장을 지낸 최영근 미래통합당 후보를 약 6398표(5.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17대 때 열린우리당 안병엽 후보가 화성갑에서 당선된 이후 진보진영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당선된 건 처음이다.
송 의원의 승리에는 신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향남읍·남양읍·새솔동의 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 의원은 이들 세 곳에서만 상대 후보를 이겼고, 나머지 농촌 지역에서는 전부 패했다. 향남·남양·새솔동의 선거인수는 10만4131명으로, 전체(19만9428명)의 절반이 넘는다.
새솔동에는 21대 총선 이후 송산 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5차(608세대), 송산신도시모아미래도에듀포레(585세대), 송산대방노블랜드스타빌리지6차(390세대) 등이 새로 입주했다.
화성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화성이 인구 구성 측면에서 진보 진영에 유리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인구 증가에 따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직 시의원·前 국회 사무차장 등 물밑 작업
현재 국민의힘에 화성갑·을은 사고당협으로 분류돼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 안갯속이라는 의미다. 다만 화성갑에선 약사 출신인 공영애 화성시의원과 홍형선 국회사무처 차장이 물밑에서 뛰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7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선 현역인 송 의원 외에 김홍성 화성시의원, 배강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움직이고 있다.동탄 중심인 화성을은 현역인 이 의원 외에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가 뛰고 있다. 진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로, 개딸 지지를 받는 진 전 대표와의 대결이 관심사다.
국민의힘 화성병 지역위원장은 석호현 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이 맡고 있다.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들어온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화성 동탄 지역구를 노리고 지난 5월 지역사무소를 열었다. 전 의원은 22대 총선 때 새로 동탄 2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롭게 획정될 화성정 지역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