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몇개 담았을 뿐인데…"장보기 무서워요" 심상치 않은 물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지갑 사정은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외식 한번 하려면 수만원이 들고, 과일 몇개 담았을 뿐인데 월말 카드 값이 걱정된다. 물가가 안정된 게 맞을까.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지만 식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물가와 관련이 깊은 장바구니 물가가 4%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어 정부의 발표와 국민의 체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가상승률 2%?…식품 물가는 4%대 상승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식품물가지수는 지난달 117.89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다. 전월(4.7%)에 비해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전체 물가상승률 2.3%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높다. 라면값은 작년 7월보다 10.0%, 닭고기는 10.1% 올랐다.

사과(22.4%), 귤(18.5%) 등 과일 가격도 무서운 상승세다.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 등 날씨 문제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이같은 가격 상승세로 이어졌다. 최근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도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의 사정도 식품 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경제전망보고서에 실린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에서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슈퍼 엘니뇨하반기 식품물가 계속 오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비료공급 차질, 각국 식량수출 제한, 이상기후 등 글로벌 요인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50개국 데이터를 이용해 식료품물가 상승요인을 글로벌 공통요인과 나라별 고유요인으로 분해해 본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식품 물가 상승률의 80% 이상이 글로벌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식품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측됐다. 향후 식품 물가가 계속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과일 몇개 담았을 뿐인데…"장보기 무서워요" 심상치 않은 물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 이상기후 등이 국제식량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예년 평균대비 0.5℃ 이상 높은 상태가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난 5월 이미 온도가 0.5℃ 높아졌고, 하반기에는 평균온도를 1.5℃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가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상승한다. 이는 8개월 후 외식물가에, 11개월 후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된다. 한은은 "식료품과 외식물가는 하방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다"며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