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바가지 없는 '슬램덩크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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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바가지 없는 '슬램덩크의 성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7.19613731.1.jpg)
가마쿠라의 면적은 39.53㎢로 서울 강남구 크기다. 인구는 17만 명으로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작은 도시에 매년 인구의 100배가 넘는 200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당 관광객 수(2017년 기준)는 130명으로 일본의 대표 관광도시인 교토(40명)의 세 배를 넘는다.
합리적인 정가제
이달 중순 1주일 동안 여름휴가를 가마쿠라에서 보냈다. 휴가철 가마쿠라의 교통수단인 명물 전차 ‘에노덴’과 해수욕장인 유이가하마 해변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그런데 놀랍게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장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휴가철을 맞아 유이가하마 해변에 들어선 식당과 술집을 관찰하니, 비치파라솔부터 음료수 한 잔까지 전부 정가제였다. 가게 입간판과 벽면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유이가하마 해수욕장 홈페이지에는 가게 위치 지도와 메뉴, 가격이 전부 표기돼 있었다.
이 해변의 식당 ‘파파야’는 6~8월에만 장사하는 가게다. 파파야 지배인은 “테이블, 파라솔, 물놀이 도구의 대여 가격은 상가 조합에서 결정하고 먹을거리 가격만 가게의 자율”이라고 설명했다. ‘한철 장사인데 가격을 더 올려 받아 이익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손님들이 다른 가게로 가버린다”고 답했다. 가마쿠라가 일본 젊은이들이 주말 데이트를 하러 오는 곳, 내국인못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에도 인기 관광지가 된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재방문자가 더 많은 비결
매년 여름철이면 한국의 일부 지역 축제와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를 보도한 기사마다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간다’는 댓글이 넘쳐난다.코로나19 전인 2019년 연간 3188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이 가운데 일본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 비율은 35.8%였다. 나머지 64.2%는 적어도 두 번 이상 일본을 찾은 경우였다. 심지어 ‘10번 이상’ ‘20번 이상’ 일본을 방문했다는 외국인 비율도 각각 8.5%와 6.8%였다.
일본에서 가장 복닥거리지만, 바가지가 없는 가마쿠라는 다시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관광지다. 가마쿠라를 다시 찾은 관광객 비율은 54.1%로 첫 방문자(45.9%)를 웃돌았다. 사람들한테 그렇게 시달리고도 가족 모두가 ‘또 가고 싶다’는 걸 보면 과장된 수치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