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2차전지주 다시 반등 나섰지만…증권가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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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2차전지테마 ETF, 한달간 19% 하락한 뒤 6% 회복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에 가격 경쟁도 심화돼
“기술 보완한 LFP배터리 확장은 한국 2차전지주에 악재”
“수급도 반도체에 밀릴 가능성…섹터 내 소외 종목 노려라” 지난달 말부터 약세 흐름을 이어가던 2차전지주가 지난주 반등에 성공했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강한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주가를 더 끌어올릴 모멘텀이 당장 보이지 않는 데다, 전기차 판매 성장도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2차전지주와 함께 증시를 이끌어가는 반도체주가 엔비디아의 2분기 호실적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2차전지주가 수급에서 불리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를 주도해온 종목들에 대해 “최근 주가 조정이 나타났나는 점에서 트레이딩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50% 이상의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미 주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감이 더 커질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조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차전지섹터의 주도주들은 밸류에이션은 높은 수준이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5,13배다. 12개월 선행 PER도 46.08에 달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선행 PER은 76.44배다.
김 연구원은 “2차전지섹터의 멀티플(밸류에이션 배수) 확장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전방(전기차) 수요와 정책 변수 두 가지”라며 두 가지 모두 2차전지 섹터의 멀티플을 확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시장 부진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지용 상승,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며 “북미는 주요 구매층이 얼리어덥터(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경험하려 구매하는 소비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단계에서의 일시적 침투 둔화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중국에서도 수요 성장의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년 전 방역조치로 인한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상반기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15.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수요 둔화에 대한 전기차 업계의 대응은 가격 할인이었다. 테슬라가 올해 들어 잇따라 차량 가격을 인하하며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국내에서 50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내놓기도 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연이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이연되는 영향 또한 전기차 성장 둔화의 배경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BYD, CATL, 고션(Gotion) 등이 상용화하는 LFP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며 “낮은 에너지 밀도를 배터리 용량을 추가하는 공간 기술로 극복한 데 이어, 열관리 시스템과 첨가제 등으로 저온 주행거리 격차도 10% 내외로 축소했다”고 전했다.
실제 LFP배터리의 전기차 탑재량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엔 3% 수준이던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 점유율이 작년에는 27%까지 늘어났다. 한 연구원은 “올해에도 테슬라의 모든 모델에 LFP 배터리 도입, BYD의 판매와 수출 급증이 지속되고 있어 LFP배터리 비중이 30%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LFP배터리 확산의 리스크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2차전지보다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관심이 훨씬 큰 상황에서 2차전지주를 살 이유가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하려면 코스피 안에 있는 다른 대형주를 팔아야 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매번 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말이지, 2차전지 섹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하는 건 옳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며 반도체와 2차전지가 번갈아가며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차전지 섹터 안에서 그 동안 소외된 종목에 관심을 두라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김현수 연구원은 “(2차전지섹터 주도주보다) 큰 상승의 기회는 그동안의 할인 요인들이 해소돼가는 저평가 기업들에 있다”며 전해액 기업들을 추천했다. 작년에 리튬 가격 급등으로 악화됐던 수익성이 올해는 개선된 데다, IRA 대응을 위한 북미 공장 설립 발표에 따른 모멘텀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TIGER2차전지테마 ETF, 한달간 19% 하락한 뒤 6% 회복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에 가격 경쟁도 심화돼
“기술 보완한 LFP배터리 확장은 한국 2차전지주에 악재”
“수급도 반도체에 밀릴 가능성…섹터 내 소외 종목 노려라” 지난달 말부터 약세 흐름을 이어가던 2차전지주가 지난주 반등에 성공했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강한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주가를 더 끌어올릴 모멘텀이 당장 보이지 않는 데다, 전기차 판매 성장도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2차전지주와 함께 증시를 이끌어가는 반도체주가 엔비디아의 2분기 호실적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2차전지주가 수급에서 불리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낙폭 3분의1 회복한 2차전지섹터…“멀티플 확장 기대하기 어려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테마는 3만4645원으로 지난 28일 거래를 마쳤다. 이 상품은 지난 21일부터 6거래일동안 6.05% 상승했다. 고점을 찍은 지난달 25일 이후로 보면, 이달 18일까지 19.32% 하락한 뒤 낙폭을 만회하는 중이다. 또 다른 2차전지 테마 ETF인 코덱스(KODEX) 2차전지산업과 에이스(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를 주도해온 종목들에 대해 “최근 주가 조정이 나타났나는 점에서 트레이딩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50% 이상의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미 주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감이 더 커질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조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차전지섹터의 주도주들은 밸류에이션은 높은 수준이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5,13배다. 12개월 선행 PER도 46.08에 달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선행 PER은 76.44배다.
김 연구원은 “2차전지섹터의 멀티플(밸류에이션 배수) 확장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전방(전기차) 수요와 정책 변수 두 가지”라며 두 가지 모두 2차전지 섹터의 멀티플을 확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 조짐에…가격 경쟁도 치열해져
전기차 수요 성장세의 둔화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말 시작된 2차전지섹터 조정의 배경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의 지난달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16만3076대로, 전월 대비 26%가량 줄었다. 미국의 2분기 말 기준 전기차 재고가 1년 전보다 4배 수준으로 급증한 9만2000대로 집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시장 부진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지용 상승,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며 “북미는 주요 구매층이 얼리어덥터(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경험하려 구매하는 소비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단계에서의 일시적 침투 둔화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중국에서도 수요 성장의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년 전 방역조치로 인한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상반기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15.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수요 둔화에 대한 전기차 업계의 대응은 가격 할인이었다. 테슬라가 올해 들어 잇따라 차량 가격을 인하하며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국내에서 50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내놓기도 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연이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이연되는 영향 또한 전기차 성장 둔화의 배경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투자자들, LFP 배터리 확산 리스크 과소평가”
치열해진 전기차 가격 경쟁으로 한국 2차전지섹터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2차전지업체들의 주력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저렴한 대신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 단점을 극복해나가는 중이다.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BYD, CATL, 고션(Gotion) 등이 상용화하는 LFP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며 “낮은 에너지 밀도를 배터리 용량을 추가하는 공간 기술로 극복한 데 이어, 열관리 시스템과 첨가제 등으로 저온 주행거리 격차도 10% 내외로 축소했다”고 전했다.
실제 LFP배터리의 전기차 탑재량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엔 3% 수준이던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 점유율이 작년에는 27%까지 늘어났다. 한 연구원은 “올해에도 테슬라의 모든 모델에 LFP 배터리 도입, BYD의 판매와 수출 급증이 지속되고 있어 LFP배터리 비중이 30%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LFP배터리 확산의 리스크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I 업은 반도체 대비 수급상 불리하단 지적도…“소외된 종목에 관심”
수급적으로도 2차전지섹터가 반도체섹터에 비해 불리한 구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엔비디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대폭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면서다.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2차전지보다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관심이 훨씬 큰 상황에서 2차전지주를 살 이유가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하려면 코스피 안에 있는 다른 대형주를 팔아야 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매번 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말이지, 2차전지 섹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하는 건 옳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며 반도체와 2차전지가 번갈아가며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차전지 섹터 안에서 그 동안 소외된 종목에 관심을 두라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김현수 연구원은 “(2차전지섹터 주도주보다) 큰 상승의 기회는 그동안의 할인 요인들이 해소돼가는 저평가 기업들에 있다”며 전해액 기업들을 추천했다. 작년에 리튬 가격 급등으로 악화됐던 수익성이 올해는 개선된 데다, IRA 대응을 위한 북미 공장 설립 발표에 따른 모멘텀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