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쏟아졌는데 금리 하락…"중국 망가져도 미국 OK"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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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62%, S&P500 0.63%, 나스닥 0.84%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06%(-3.3bp), 2년물 5.052%(-0.4p)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끝난 지난 25일(미 동부시간) 각국에서 온 중앙은행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와이오밍주 잭슨홀 인근에 있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3마일짜리 하이킹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와 우박으로 인해 하이킹 코스가 진흙탕으로 변해 다 끝내지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리오스 기자는 "폭풍은 매우 금방 끝났다. 모두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해가 떴다. 당신은 이를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그가 농담을 섞어 '중앙은행가들의 길을 가로막았던' 폭풍처럼 인플레이션도 결국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암시한 것입니다.
시장이 우려했던 '잭슨홀 연설'은 매파적 요소(성장 반등)와 함께 비둘기파적 요소(긴축의 지연 효과)가 골고루 섞여 다소 균형 잡힌 것(뱅크오브아메리카)으로 평가됐습니다.
치솟았던 장기 금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안정세를 약간 되찾은 듯합니다. 금요일 약보합세로 마무리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늘 오후 5시 기준 3.3bp 내려 4.206%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상승했던 2년물도 오늘 0.4bp 내린 5.052%에 거래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자동차 가격과 주거비 선행 지표는 이제 하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은행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일자리 증가의 엄청난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이는 금리가 이미 제약적이라는 징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내는 건 시장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우량채권(국채)과의 관계가 주목할 만하다. 1984년 이후 Fed가 금리 인상을 하다 끝낸 경우가 5번 있었는데 국채 수익률은 마지막 인상 이후 한 달 이내에 매번 최고를 기록했다. 간단히 말해, 금리 인상 중단은 채권에 좋은 일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시장을 짓누르던 수급 문제도 생각보다는 나쁘지는 않습니다. 미 재무부는 오늘 222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차환 및 신규)하고 내일은 960억 달러를 추가로 찍습니다. 그런데 오늘 투자자들이 이를 잘 소화하면서 금리 하락에 도움을 줬습니다.
45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국채 입찰(오전 11시 30분)에서는 응찰률이 2.943배(7월 2.780배)로 2020년 4월 이후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발행금리는 5.024%로 결정되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5.028%보다 낮게 결정됐습니다. 2년물 발행금리가 5%를 넘은 것은 2006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금리가 크게 치솟자 수요가 나타난 것이죠.
460억 달러 규모인 5년물 입찰(오후 1시)에선 응찰률이 2.54배로 최근 6회 평균 2.53배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었고 낙찰 금리는 4.40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399%보다 0.1bp 높았습니다.
하향 안정된 금리는 뉴욕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0.2~0.6%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종일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 0.62%, S&P500 0.63% 올랐고 나스닥은 0.8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몇 달 동안 기업 이익과 경제 데이터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주식시장이 더 높이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엔비디아의 굉장한 실적 발표 이후 증시 하락은 '계절적 후퇴' 이상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7월까지 거의 사라졌던 ‘걱정의 벽’이 재건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를 넘고, 중국의 불안이 고조되고, 유럽 경제가 침체하고, 일부 미국 소매업체에서는 냉정한 목소리(소비 둔화)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생성 AI가 현재 경제 사이클을 연장시키고 있지만, (다가오는 침체를) 물리치지는 못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오늘 1.78%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468.35달러로 지난주 실적 발표 직전(471.16달러)보다 낮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기술 부문이 지난주 강한 한 주를 보냈지만(니스닥 2.26% 상승) 올바른 이유로 상승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은 "기술 부문에 대한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에 주식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포지셔닝 및 밸류에이션에 명백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건 한 달 내내 좌절감의 핵심 요인이었다. 메타 우버 스포티파이 아마존 도어대시는 모두 8월에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엔비디아다. 이는 만약 '엔비디아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무엇이 도대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기술 분야에 대한 좋은 소식은 빅테크 이외의 시장(중국 관련주, 소매유통 또는 결제 관련주 등)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빅테크를 위한 'TINA’(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라는 역동성을 다시 약간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별다른 경제 데이터 발표가 없었습니다. 댈러스 연방은행이 발표한 텍사스 제조업 일반기업활동지수(Texas Manufacturing General Business Activity Index)는 8월 -17.2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전히 위축 국면(0 미만)이지만 수축의 속도는 감소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6개 지역 제조업 활동 지수중 5개가 8월에 업데이트되었는데 이 중 4개는 전월보다 개선되었다. 전국적으로 제조업은 지속적 내림세를 보이지만 그 속도는 느려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데이터 발표가 본격화됩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이번 주 데이터는 그동안 랠리의 두 가지 기둥인 '연착륙'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부터 데이터 발표가 줄을 잇는데요. 고용 관련으로는 29일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수치가 나오고 30일 ADP의 8월 민간고용 데이터에 이어 9월 1일 노동부가 8월 고용보고서를 내놓습니다. 월가는 비농업 신규고용이 16만5000개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7월 18만7000개보다 둔화하는 것입니다. 다들 중요하게 보는 게 고용데이터에 포함된 시간당 임금 상승률입니다. 지난달 6월보다 0.4% 올랐었는데, 8월에는 0.3%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8월 신규고용이 14만9000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보면 고용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고용 성장은 둔화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게다가 8월 신규고용은 지속해서 초기 수치가 나쁘게 집계된다. 지난 5월간 8월 신규고용은 초기 수치가 상향 수정됐다. 우리는 헐리우드 파업(-1만8000개), 트럭운송업체 옐로우 파산(-8000개) 등으로 일회성 추가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다. 8월 시간당 임금은 7월보다 0.2%, 전년 동기보다는 4.25%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 이는 감소하는 임금 상승 압력 및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우리는 8월 신규고용이 16만 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전히 높은 고용 및 임금 증가율이 나올 것이고 이는 생각보다 좋은 수준이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1일에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가 발표됩니다. Fed의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의 경우 6월엔 4.1% 상승했었는데, 파월 의장은 4.3%로 예측했습니다. 반등한다는 뜻입니다.
1일에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이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오는데요. 전달에 46.4였는데 이달에는 47.0으로 여전히 위축 국면이지만 조금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봐야 하는데요. 31일이 중요합니다. 유로존에서 8월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계속 인상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같은 날 8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PMI가 발표됩니다. 성장 둔화가 지속할지, 심화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중국의 경기 둔화는 큰 걱정거리입니다. 팬데믹 봉쇄가 끝나고 정상화될 줄 알았던 중국 경제는 점증하는 부동산 위기와 수출 감소로 인해 비틀대고 있습니다. 증시도 마찬가지이고요.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내리고 시장 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CSI300 지수는 5.5% 폭등하면서 개장했지만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1.2%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노무라홀딩스의 팅 루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말의 조치로는 내림세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경제를 지원하려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그 영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로우 인베스트먼트의 하오 홍 이코노미스트는 "보다 공격적인 정책적 부양책 없이 증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긍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다만 그는 “인지세 인하로 인한 투자심리 상승은 한순간이겠지만 정책 의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큰 대중국 강경파인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금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중국을 찾은 네 번째 미국 고위 관리입니다. 양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출통제 시행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위해 차관급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월가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러몬드는 확산되고 있는 기술 전쟁이 미국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러몬드는 비행기를 타기 전 기술 수출이나 투자 규제에 대해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러몬드가 가는 건 교역과 관광 등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업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미국 농장과 기업으로부터 150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양국 간 무역의 1%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자산에 대한 노출을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남은 질문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는 미국 경제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위기에 빠졌고 일부에선 이로 인해 경착륙이 발생할 것으로 걱정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자를 포함한 중국 비금융 기업 부문에 대한 신용은 현재 GDP의 거의 160%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약 80%이다.
비금융 기업 부채에 대한 걱정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커지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해 왔다. 과거와 다른 건 중국이 과거보다 취약한 상태에서 이런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GDP는 약 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30여 년 만에 가장 느린 것이다.
중국 경제로 인해 미국을 걱정해야 할까? 우리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2024년 0%에 근접할 것이고 2025년 2.6% 감소한 후 2026년에 살아나 2.7%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런 추정치를 모델에 넣어 분석하면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24년 0.1% 포인트(0.4% 대 0.5%), 2024년 0.2% 포인트(1.9% 대 2.1%)만큼 감소한다. 유로존과 일본의 GDP 성장률에 대한 추정 효과는 이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결코 '유의미하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렇게 영향이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성장 충격은 미국, 유로존, 일본의 수출 둔화를 통해 이들 국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상품 수출액은 약 1500억 달러에 그친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미국 전체 수출의 7.4%에 불과하다. 유로존도 중국으로의 수출은 유로존 대외 수출의 7.2%, 명목 GDP의 1.6%에 불과하다. 전체 수출의 19.4%를 차지하는 일본은 의미가 조금 더 크다. 그러나 일본의 상품 수출은 일본 실질 GDP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의 성장 충격은 주요 3개국에 대해 성장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2025년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중국의 성장 충격이 없을 때보다 0.7% 포인트 낮을 것이다(1.4% 대 2.1%). 유로존과 일본의 인플레이션도 비슷하게 하락한다. 가장 큰 영향은 중국의 수요 약화로 인한 유가 하락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 인한 위험은 틀림없이 더 나쁜 쪽으로 치우쳐 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약화하면 세계 금융여건이 긴축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외국계 은행의 노출도 다소 제한적이다. BIS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중국에 대한 노출은 총 약 2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총자산 23조 달러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일본과 유로존 은행의 노출 규모는 각각 약 600억 달러로 약간 더 크지만 관리할 수 있는 규모다. 간단히 말해, 부채로 인한 중국의 경기 침체는 분명히 세계 경제 및 금융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에 대한 영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스타벅스 등은 중국에 대한 노출이 큽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의 20~25%가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중국 경제 침체나 미국의 수출 규제는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야후 파이낸스는 "향후 18~24개월 이내에 엔비디아의 강세 논리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중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62%, S&P500 0.63%, 나스닥 0.84%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06%(-3.3bp), 2년물 5.052%(-0.4p)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끝난 지난 25일(미 동부시간) 각국에서 온 중앙은행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와이오밍주 잭슨홀 인근에 있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3마일짜리 하이킹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와 우박으로 인해 하이킹 코스가 진흙탕으로 변해 다 끝내지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리오스 기자는 "폭풍은 매우 금방 끝났다. 모두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해가 떴다. 당신은 이를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그가 농담을 섞어 '중앙은행가들의 길을 가로막았던' 폭풍처럼 인플레이션도 결국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암시한 것입니다.
시장이 우려했던 '잭슨홀 연설'은 매파적 요소(성장 반등)와 함께 비둘기파적 요소(긴축의 지연 효과)가 골고루 섞여 다소 균형 잡힌 것(뱅크오브아메리카)으로 평가됐습니다.
치솟았던 장기 금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안정세를 약간 되찾은 듯합니다. 금요일 약보합세로 마무리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늘 오후 5시 기준 3.3bp 내려 4.206%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상승했던 2년물도 오늘 0.4bp 내린 5.052%에 거래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자동차 가격과 주거비 선행 지표는 이제 하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은행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일자리 증가의 엄청난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이는 금리가 이미 제약적이라는 징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내는 건 시장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우량채권(국채)과의 관계가 주목할 만하다. 1984년 이후 Fed가 금리 인상을 하다 끝낸 경우가 5번 있었는데 국채 수익률은 마지막 인상 이후 한 달 이내에 매번 최고를 기록했다. 간단히 말해, 금리 인상 중단은 채권에 좋은 일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시장을 짓누르던 수급 문제도 생각보다는 나쁘지는 않습니다. 미 재무부는 오늘 222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차환 및 신규)하고 내일은 960억 달러를 추가로 찍습니다. 그런데 오늘 투자자들이 이를 잘 소화하면서 금리 하락에 도움을 줬습니다.
45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국채 입찰(오전 11시 30분)에서는 응찰률이 2.943배(7월 2.780배)로 2020년 4월 이후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발행금리는 5.024%로 결정되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5.028%보다 낮게 결정됐습니다. 2년물 발행금리가 5%를 넘은 것은 2006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금리가 크게 치솟자 수요가 나타난 것이죠.
460억 달러 규모인 5년물 입찰(오후 1시)에선 응찰률이 2.54배로 최근 6회 평균 2.53배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었고 낙찰 금리는 4.40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399%보다 0.1bp 높았습니다.
하향 안정된 금리는 뉴욕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0.2~0.6%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종일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 0.62%, S&P500 0.63% 올랐고 나스닥은 0.8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몇 달 동안 기업 이익과 경제 데이터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주식시장이 더 높이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엔비디아의 굉장한 실적 발표 이후 증시 하락은 '계절적 후퇴' 이상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7월까지 거의 사라졌던 ‘걱정의 벽’이 재건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를 넘고, 중국의 불안이 고조되고, 유럽 경제가 침체하고, 일부 미국 소매업체에서는 냉정한 목소리(소비 둔화)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생성 AI가 현재 경제 사이클을 연장시키고 있지만, (다가오는 침체를) 물리치지는 못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오늘 1.78%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468.35달러로 지난주 실적 발표 직전(471.16달러)보다 낮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기술 부문이 지난주 강한 한 주를 보냈지만(니스닥 2.26% 상승) 올바른 이유로 상승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은 "기술 부문에 대한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에 주식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포지셔닝 및 밸류에이션에 명백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건 한 달 내내 좌절감의 핵심 요인이었다. 메타 우버 스포티파이 아마존 도어대시는 모두 8월에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엔비디아다. 이는 만약 '엔비디아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무엇이 도대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기술 분야에 대한 좋은 소식은 빅테크 이외의 시장(중국 관련주, 소매유통 또는 결제 관련주 등)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빅테크를 위한 'TINA’(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라는 역동성을 다시 약간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별다른 경제 데이터 발표가 없었습니다. 댈러스 연방은행이 발표한 텍사스 제조업 일반기업활동지수(Texas Manufacturing General Business Activity Index)는 8월 -17.2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전히 위축 국면(0 미만)이지만 수축의 속도는 감소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6개 지역 제조업 활동 지수중 5개가 8월에 업데이트되었는데 이 중 4개는 전월보다 개선되었다. 전국적으로 제조업은 지속적 내림세를 보이지만 그 속도는 느려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데이터 발표가 본격화됩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이번 주 데이터는 그동안 랠리의 두 가지 기둥인 '연착륙'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부터 데이터 발표가 줄을 잇는데요. 고용 관련으로는 29일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수치가 나오고 30일 ADP의 8월 민간고용 데이터에 이어 9월 1일 노동부가 8월 고용보고서를 내놓습니다. 월가는 비농업 신규고용이 16만5000개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7월 18만7000개보다 둔화하는 것입니다. 다들 중요하게 보는 게 고용데이터에 포함된 시간당 임금 상승률입니다. 지난달 6월보다 0.4% 올랐었는데, 8월에는 0.3%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8월 신규고용이 14만9000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보면 고용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고용 성장은 둔화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게다가 8월 신규고용은 지속해서 초기 수치가 나쁘게 집계된다. 지난 5월간 8월 신규고용은 초기 수치가 상향 수정됐다. 우리는 헐리우드 파업(-1만8000개), 트럭운송업체 옐로우 파산(-8000개) 등으로 일회성 추가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다. 8월 시간당 임금은 7월보다 0.2%, 전년 동기보다는 4.25%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 이는 감소하는 임금 상승 압력 및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우리는 8월 신규고용이 16만 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전히 높은 고용 및 임금 증가율이 나올 것이고 이는 생각보다 좋은 수준이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1일에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가 발표됩니다. Fed의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의 경우 6월엔 4.1% 상승했었는데, 파월 의장은 4.3%로 예측했습니다. 반등한다는 뜻입니다.
1일에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이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오는데요. 전달에 46.4였는데 이달에는 47.0으로 여전히 위축 국면이지만 조금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봐야 하는데요. 31일이 중요합니다. 유로존에서 8월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계속 인상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같은 날 8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PMI가 발표됩니다. 성장 둔화가 지속할지, 심화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중국의 경기 둔화는 큰 걱정거리입니다. 팬데믹 봉쇄가 끝나고 정상화될 줄 알았던 중국 경제는 점증하는 부동산 위기와 수출 감소로 인해 비틀대고 있습니다. 증시도 마찬가지이고요.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내리고 시장 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CSI300 지수는 5.5% 폭등하면서 개장했지만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1.2%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노무라홀딩스의 팅 루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말의 조치로는 내림세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경제를 지원하려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그 영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로우 인베스트먼트의 하오 홍 이코노미스트는 "보다 공격적인 정책적 부양책 없이 증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긍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다만 그는 “인지세 인하로 인한 투자심리 상승은 한순간이겠지만 정책 의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큰 대중국 강경파인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금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중국을 찾은 네 번째 미국 고위 관리입니다. 양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출통제 시행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위해 차관급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월가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러몬드는 확산되고 있는 기술 전쟁이 미국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러몬드는 비행기를 타기 전 기술 수출이나 투자 규제에 대해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러몬드가 가는 건 교역과 관광 등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업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미국 농장과 기업으로부터 150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양국 간 무역의 1%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자산에 대한 노출을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남은 질문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는 미국 경제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위기에 빠졌고 일부에선 이로 인해 경착륙이 발생할 것으로 걱정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자를 포함한 중국 비금융 기업 부문에 대한 신용은 현재 GDP의 거의 160%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약 80%이다.
비금융 기업 부채에 대한 걱정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커지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해 왔다. 과거와 다른 건 중국이 과거보다 취약한 상태에서 이런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GDP는 약 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30여 년 만에 가장 느린 것이다.
중국 경제로 인해 미국을 걱정해야 할까? 우리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2024년 0%에 근접할 것이고 2025년 2.6% 감소한 후 2026년에 살아나 2.7%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런 추정치를 모델에 넣어 분석하면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24년 0.1% 포인트(0.4% 대 0.5%), 2024년 0.2% 포인트(1.9% 대 2.1%)만큼 감소한다. 유로존과 일본의 GDP 성장률에 대한 추정 효과는 이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결코 '유의미하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렇게 영향이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성장 충격은 미국, 유로존, 일본의 수출 둔화를 통해 이들 국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상품 수출액은 약 1500억 달러에 그친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미국 전체 수출의 7.4%에 불과하다. 유로존도 중국으로의 수출은 유로존 대외 수출의 7.2%, 명목 GDP의 1.6%에 불과하다. 전체 수출의 19.4%를 차지하는 일본은 의미가 조금 더 크다. 그러나 일본의 상품 수출은 일본 실질 GDP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의 성장 충격은 주요 3개국에 대해 성장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2025년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중국의 성장 충격이 없을 때보다 0.7% 포인트 낮을 것이다(1.4% 대 2.1%). 유로존과 일본의 인플레이션도 비슷하게 하락한다. 가장 큰 영향은 중국의 수요 약화로 인한 유가 하락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 인한 위험은 틀림없이 더 나쁜 쪽으로 치우쳐 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약화하면 세계 금융여건이 긴축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외국계 은행의 노출도 다소 제한적이다. BIS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중국에 대한 노출은 총 약 2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총자산 23조 달러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일본과 유로존 은행의 노출 규모는 각각 약 600억 달러로 약간 더 크지만 관리할 수 있는 규모다. 간단히 말해, 부채로 인한 중국의 경기 침체는 분명히 세계 경제 및 금융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에 대한 영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스타벅스 등은 중국에 대한 노출이 큽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의 20~25%가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중국 경제 침체나 미국의 수출 규제는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야후 파이낸스는 "향후 18~24개월 이내에 엔비디아의 강세 논리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중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