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현재와 같은 완화적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0여 년 전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란 월가 전망이 나왔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막샤 트리베디 통화전략가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전략팀은 달러‧엔 환율이 향후 6개월간 155엔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른다는 건 1달러에 상응하는 엔의 액수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는 곧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에 대한 예상치를 기존 135엔에서 155엔까지 대폭 내렸다. 이 전망이 실현되면 엔화값은 1990년 6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게 된다.
자료=블룸버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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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메모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과는 거리가 먼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식시장이 상당히 잘 지지되는 한, 엔화의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들은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거나 예상보다 빨리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스탠스로 돌아설 가능성은 위험 요소”라며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페달을 밟는 동안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해왔고, 그 결과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주저앉았다. 주요 10개국(G10‧주요 7개국(G7)+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중 가장 저조한 흐름이다.


당분간 이런 기조는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아직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낮다”며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이달 기준 3.1%(전년 동기 대비)로, 16개월 연속 2%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달리 미 중앙은행(Fed)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엔화 매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일본 정부의 엔화 매수 개입 우려가 있지만, 엔화 약세는 완만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전일보다 0.05% 오른 146.51엔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6.75엔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9일 이후 9개월여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