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생 재일북한인 3세가 올려다본 ‘이토록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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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2023 하이라이트- 갤러리Q
재일북한인 3세 작가 리정옥
재일북한인 3세 작가 리정옥
재일 북한인 3세, 여성, 헤이세이 세대, 작가 리용훈의 딸. 리정옥 작가(b.1991)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그는 그러나 “작품 자체에 먼저 관심을 갖고 즐겨달라. 나의 작품들이 바다 건너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리 작가는 올해 KIAF에서 ‘블루프린트’ 신작 5점을 선보인다. 모두 동아시아의 정세와 일본-한국-북한의 관계, 군사적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국가, 사회, 공동체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개인이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동포들은 제 2차 세계대전에 뿌리를 둔다. 오랜 시간 어느 국가의 국민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이런 배경 때문에 유사 국가와 같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자연스럽게 국가와 국적이라는 인위적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저는 스스로 상징적인 모티브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메타픽션적인 구조, 허구의 세계관을 접목해 우리를 둘러싼 이런 구조를 탐구하는 작품을 계속 해오고 있지요.”
그의 과거 작품에는 성모마리아, 이브 등 고전 회화의 도상을 인용했다. 이후 백두산과 후지산, 후쿠시마 바다, 방호복과 양복, 저고리 등 국가와 민족을 상징하는 기호들이 자주 등장했다.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된 테마는 ‘하늘’이다. ‘비행물체’는 매스컴에서 다른 나라에서 발사된 미확인 물체를 지칭할 때 쓰는 말. <운하>는 북한의 대포동 3호 미사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뼈>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소재로 했다. <모비딕>은 일본 잠수함 ‘하쿠게이’의 출항식을 묘사한 작품. <백목련>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 속 한 장면을 포착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에 혐한 발언이 증가해 재일 북한 주민들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낡은 허구에서 비롯한 이런 보도와 경고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상황으로 느껴졌고, 이에 대한 반사적 반응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우리들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하늘은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을까. 한미 군사훈련에서 비롯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J-알럿의 발령, 약자에 대한 혐오, 군사 대국화를 향한 선택. 미사일이든 전파든 사이렌이든 레이더든 드론이든 위성이든 핵탄두든 그리 불리는 무언가가 궤도를 그리면서 우리들의 머리 위로 오가고 있다. 그 하늘 위에 그려진 구조로부터 우리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이런 막연한 불안을 해부하듯 그리고 또 그렸다.
“저는 유년기와 대학생 때까지 민족 교육을 받았습니다.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일본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혼자서 배워야 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든 저는 제 작업이 새로운 지, 아름다운 지, 콘셉트에서 너무 벗어나지는 않았는 지 등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김보라 기자
리 작가는 올해 KIAF에서 ‘블루프린트’ 신작 5점을 선보인다. 모두 동아시아의 정세와 일본-한국-북한의 관계, 군사적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국가, 사회, 공동체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개인이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동포들은 제 2차 세계대전에 뿌리를 둔다. 오랜 시간 어느 국가의 국민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이런 배경 때문에 유사 국가와 같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자연스럽게 국가와 국적이라는 인위적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저는 스스로 상징적인 모티브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메타픽션적인 구조, 허구의 세계관을 접목해 우리를 둘러싼 이런 구조를 탐구하는 작품을 계속 해오고 있지요.”
그의 과거 작품에는 성모마리아, 이브 등 고전 회화의 도상을 인용했다. 이후 백두산과 후지산, 후쿠시마 바다, 방호복과 양복, 저고리 등 국가와 민족을 상징하는 기호들이 자주 등장했다.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된 테마는 ‘하늘’이다. ‘비행물체’는 매스컴에서 다른 나라에서 발사된 미확인 물체를 지칭할 때 쓰는 말. <운하>는 북한의 대포동 3호 미사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뼈>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소재로 했다. <모비딕>은 일본 잠수함 ‘하쿠게이’의 출항식을 묘사한 작품. <백목련>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 속 한 장면을 포착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에 혐한 발언이 증가해 재일 북한 주민들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낡은 허구에서 비롯한 이런 보도와 경고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상황으로 느껴졌고, 이에 대한 반사적 반응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우리들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하늘은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을까. 한미 군사훈련에서 비롯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J-알럿의 발령, 약자에 대한 혐오, 군사 대국화를 향한 선택. 미사일이든 전파든 사이렌이든 레이더든 드론이든 위성이든 핵탄두든 그리 불리는 무언가가 궤도를 그리면서 우리들의 머리 위로 오가고 있다. 그 하늘 위에 그려진 구조로부터 우리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이런 막연한 불안을 해부하듯 그리고 또 그렸다.
“저는 유년기와 대학생 때까지 민족 교육을 받았습니다.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일본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혼자서 배워야 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든 저는 제 작업이 새로운 지, 아름다운 지, 콘셉트에서 너무 벗어나지는 않았는 지 등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