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한 중국 대기업들이 줄줄이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부동산과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일제히 암울한 성적과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정부가 청년 실업률 통계치 발표를 중단한 이후 기업 실적은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그나마 잘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에선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쏟아 낸 경기 부양책들은 반전을 가져다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비구이위안 등 실적 발표 앞둬

이날 외신에 따르면 전날 헝다에 이어 이날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불거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앙이 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10일 “올해 상반기(1~6월) 450억~550억위안(약 8조1600억~10조원) 규모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홍콩증시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2년 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일으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을 한 차례 뒤흔들었던 헝다의 상반기 순손실은 330억위안(약 6조원)으로 집계됐다.

컨트리가든 외에도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핑안보험, 중국석유천연가스(페트로차이나),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 중국은행, 니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이번 주 중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봉쇄 완화에 힘입어 성장 동력을 되찾은 소비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실적 보고를 마쳤다”며 “남은 기업들은 대부분 부동산, 중공업, 금융 등 상당한 압박에 직면해 있는 업종들에 속해 있다”고 짚었다.


이들 업종은 최근 위기에 처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도)가 비교적 높다. 월가에선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인 킹거 라우는 “앞으로 일주일간 중국에선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은 숫자들이 발표될 것”이라며 “더욱 강력한 정책 대응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및 금융 부문의 상황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우 전략가는 최근 중국 상장사들의 연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1%로 하향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에 대한 향후 12개월 예측치를 60으로 내려 잡았다. 현재가(28일 기준 59.76)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MSCI 중국 지수는 이미 올해 들어 7% 이상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의 전략가들은 올해 중국 기업들의 연간 이익이 전년 대비 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 역시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될 것으로 봤다. 이 은행에서 아시아 주식을 담당하고 있는 프랭크 벤짐라 애널리스트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고려하면 올해 중국 기업들의 실적이 평균 18% 개선될 거란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상당히 높다”며 “8~12%의 수익 성장세가 현실적인 예측”이라고 짚었다.
"中 경제, 이대로는 반전 없다"…실적시즌 앞두고 암울한 전망

“부양책 효과 미미” 비판 잇따라

블룸버그통신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전년 대비) 5.1%로, 기존 예측(5.2%) 대비 낮아졌다. 3분기(7~9월)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4.6%에서 4.4%로 쪼그라든 데 따른 결과다. 내년 연간 GDP 증가율 예측치도 4.8%에서 4.5%로 뒷걸음질했다.

컨티넘이코노믹스의 마이크 갤러거 연구책임자는 “재정‧통화 부문을 총동원한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이 경착륙(하드랜딩)을 경험할 확률은 30%에 이른다”며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 감소와 수출 부진으로 성장 모멘텀이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식시장도 한껏 쪼그라들었다.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집계된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로부터의 외국인 순매도 자금은 지난 7월 말 기준 737억위안(약 13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중국 재정부가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 방침을 발표한 뒤인 지난 28일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CSI300지수는 개장 직후 5.5%까지 상승 폭을 늘렸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2% 오르는 데 그쳤다.

일련의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뒤집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노무라홀딩스의 팅 루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말새 나온 부양책들은 추세적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실물 경기와 직결되는 공격적 부양책이 아닌, 증시 부양에 한정된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자극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의 중국 연구소 소속 네오 왕 매니징디렉터는 “2008년 발표됐던 4조위안 규모 부양책과 맞먹는 ‘바주카포(대형 화력을 가진 경제 정책을 빗대는 말)’를 쏘지 않는 한 A주(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상장사) 시장에서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