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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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선전해 온 해외 명품 브랜드의 주가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럭셔리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매출이 줄어든 데다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었던 중국 마저 경기가 악화한 영향이다.

2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럭셔리 펀드의 최근 한달 간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관련 46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0%(28일 기준)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C1 -4.56%,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연금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C -3.69%, NH-AmundiHANARO글로벌럭셔리S&P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파생)(합성) -3.62% 등이다.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90%, 6개월 평균 수익률은 7.67%였다. 그간 보복 소비 등 호실적에 힘입어 시간이 지날 수록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럭셔리 펀드는 루이비통·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구찌·보테가베테나 등으로 대표되는 케링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 주로 투자한다. 같은 기간 이들 업체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LVMH 주가는 6.65% 빠졌고, 케링이 8.21%, 에스티로더가 15.10% 하락했다.

실적 악화가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명품 업체들은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미국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최근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케링의 경우 올해 2분기 북미 지역에서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나 감소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명품 소비 시장은 중국이다. '제로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 시장에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 부동산 리스크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3으로 4개월 연속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명품은 부유층을 충성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만큼 일반 소비재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편이지만 최근의 경제 불황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시작된 명품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다운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다운 사이클에 진입한다고 해도 명품주는 여전히 플러스 성장일 것"이라며 "럭셔리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변하지 않는 만큼 사모아 놓고 버틸 능력만 있으면 굉장히 좋은 투자처"라고 조언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