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김치말이 국수라고?"…외국인 먹방 보다가 '당황'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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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사이 'K-푸드' 먹방 인기
잘못된 번역에 새로운 음식 만들기도
"올바른 '한식 외국어 표기법' 알려야"
잘못된 번역에 새로운 음식 만들기도
"올바른 '한식 외국어 표기법' 알려야"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이 외국인들의 'K-푸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는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잘못 퍼진 한국 음식의 번역과 표기법 등을 받아들여 기존과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는 외국인 '먹방 유튜버'들이 생겨났다.
유튜브와 틱톡(Tiktok)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먹방'을 영어로 'mukbang'이라고 적은 뒤, 한국식 치킨과 떡볶이, 불닭볶음면 등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외국인들의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두 명의 미국인이 핫도그와 김밥 등 한국 길거리 음식 먹방을 촬영한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343만회를 돌파했으며, 베트남 국적의 여성이 치즈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먹는 영상은 236만회를 기록했다. 이 중 2018년 9월 한 외국인 유튜버가 올린 '김치 랩트 누클리어 파이어 누들스(KIMCHI WRAPPED NUCLEAR FIRE NOODLES) 먹방(MUKBANG)' 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약 228만회를 달성하며 '역주행' 영상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본 한국인 시청자 사이에서는 "김치말이 국수를 잘못 번역해서 이런 음식이 나온 것이다"라거나, "외국인들이 김치말이 국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해당 영상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국에 잘못 퍼진 김치말이 국수'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화제가 됐다. 4년 전 올라온 영상임에도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잘못된 번역으로 기존 한식과 다른 음식을 먹게 된 사례가 재조명받게 된 것. 관련 게시물 작성자는 "(해당 유튜버가) 번역 과정에서 저 '말이'를 '면을 국물에 말다'가 아닌, '돌돌 말다'라는 뜻으로 번역해 먹은 것이라고 한다"며 "외국에서 현재 제일 유명한 'K-누들'은 불닭볶음면인데 그 결과, 생김치에 불닭볶음면을 '말아'먹는 K-김치말이 국수가 탄생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로 '김치말이 국수'를 검색하면 영어로 'Kimchi Rolled Noodles'로 직역되고 있다. 기존 김치말이 국수는 동치밋국이나 열무 김칫국을 섞은 육수에 삶아 낸 국수를 넣어 시원하게 먹는 음식으로, 양념해 볶은 소고기나 닭고기살을 고명으로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생김치에 면을 말아먹는 것이 김치말이 국수'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앞서 국내 여러 식당에서 육회는 'Six times'로, 대게는 'Usually', 곰탕은 'bear thang', 밀면은 'When you push' 등으로 번역한 탓에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오인표기와 관련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고자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한식 명을 로마자를 포함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간ㆍ번체자)로 번역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 길라잡이 800선' 제작에 나섰다. 국내외 한식당에서 한식 메뉴의 올바른 외국어 표기를 돕고, 외국인에게 정확한 한식 정보를 전달하는 등 한식당 이용에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적받은 김치말이 국수는 'Kimchimariguksu, Kimchi Noodles'로, 육회는 'Yuk hoe, Beef Tartare'로, 곰탕은 'Gomtang, Beef Bone Soup' 등으로 정정 표기됐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식당과, 한식 메뉴 주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외국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표기법 변화에 맞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식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미디어에서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9∼10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해외 18개 도시에 사는 외국인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 이들 중 43.4%는 한식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고 답했다. 한식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경로는 '인터넷 매체'라는 답변이 83.7%(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오프라인 매체(47.6%), 미디어(41.6%)가 뒤를 이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음식을 먹는 영상 콘텐츠 등을 매개로 한국 문화가 더 많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라의 인지도나 호감도를 상승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이 억지로 번역되거나 잘못 표기된 한국 음식을 받아들여 다른 음식을 먹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우리말 그대로를 영어로 표기하는 기준을 정해 소개해야 한다. 한국 음식의 기존 의미가 왜곡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유튜브와 틱톡(Tiktok)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먹방'을 영어로 'mukbang'이라고 적은 뒤, 한국식 치킨과 떡볶이, 불닭볶음면 등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외국인들의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두 명의 미국인이 핫도그와 김밥 등 한국 길거리 음식 먹방을 촬영한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343만회를 돌파했으며, 베트남 국적의 여성이 치즈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먹는 영상은 236만회를 기록했다. 이 중 2018년 9월 한 외국인 유튜버가 올린 '김치 랩트 누클리어 파이어 누들스(KIMCHI WRAPPED NUCLEAR FIRE NOODLES) 먹방(MUKBANG)' 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약 228만회를 달성하며 '역주행' 영상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본 한국인 시청자 사이에서는 "김치말이 국수를 잘못 번역해서 이런 음식이 나온 것이다"라거나, "외국인들이 김치말이 국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해당 영상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국에 잘못 퍼진 김치말이 국수'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화제가 됐다. 4년 전 올라온 영상임에도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잘못된 번역으로 기존 한식과 다른 음식을 먹게 된 사례가 재조명받게 된 것. 관련 게시물 작성자는 "(해당 유튜버가) 번역 과정에서 저 '말이'를 '면을 국물에 말다'가 아닌, '돌돌 말다'라는 뜻으로 번역해 먹은 것이라고 한다"며 "외국에서 현재 제일 유명한 'K-누들'은 불닭볶음면인데 그 결과, 생김치에 불닭볶음면을 '말아'먹는 K-김치말이 국수가 탄생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로 '김치말이 국수'를 검색하면 영어로 'Kimchi Rolled Noodles'로 직역되고 있다. 기존 김치말이 국수는 동치밋국이나 열무 김칫국을 섞은 육수에 삶아 낸 국수를 넣어 시원하게 먹는 음식으로, 양념해 볶은 소고기나 닭고기살을 고명으로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생김치에 면을 말아먹는 것이 김치말이 국수'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앞서 국내 여러 식당에서 육회는 'Six times'로, 대게는 'Usually', 곰탕은 'bear thang', 밀면은 'When you push' 등으로 번역한 탓에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오인표기와 관련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고자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한식 명을 로마자를 포함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간ㆍ번체자)로 번역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 길라잡이 800선' 제작에 나섰다. 국내외 한식당에서 한식 메뉴의 올바른 외국어 표기를 돕고, 외국인에게 정확한 한식 정보를 전달하는 등 한식당 이용에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적받은 김치말이 국수는 'Kimchimariguksu, Kimchi Noodles'로, 육회는 'Yuk hoe, Beef Tartare'로, 곰탕은 'Gomtang, Beef Bone Soup' 등으로 정정 표기됐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식당과, 한식 메뉴 주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외국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표기법 변화에 맞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식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미디어에서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9∼10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해외 18개 도시에 사는 외국인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 이들 중 43.4%는 한식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고 답했다. 한식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경로는 '인터넷 매체'라는 답변이 83.7%(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오프라인 매체(47.6%), 미디어(41.6%)가 뒤를 이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음식을 먹는 영상 콘텐츠 등을 매개로 한국 문화가 더 많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라의 인지도나 호감도를 상승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이 억지로 번역되거나 잘못 표기된 한국 음식을 받아들여 다른 음식을 먹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우리말 그대로를 영어로 표기하는 기준을 정해 소개해야 한다. 한국 음식의 기존 의미가 왜곡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