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인증' 만든 이곳에서 초격차 스타트업 키운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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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품 마다 표시돼 있는 KS 인증부터 국제인증 ISO까지 담당하는 한국표준협회가 국내 기술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나섰습니다. 대기업과 협업을 연결하고 해외 파트너를 맺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한경 긱스(Geeks)가 김운식 표준협회 창업성장센터장을 만나 인증 기관이 '스타트업 중매인'을 자처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국가 표준(KS) 인증을 시행하는 한국표준협회가 '초격차 스타트업'을 키우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시스템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운식 표준협회 창업성장센터장은 18일 한경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 시 글로벌 인증을 받는 게 중요한데 대부분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해외 인증 관련 컨설팅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현지화 전략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협회는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물론 경영방식과 품질을 표준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KS 인증부터 국제 인증 ISO까지 협회에서 담당한다.
산업 인증과 평가가 주력인 표준협회가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건 최근 일이다. 협회는 2020년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해 스타트업 초기 보육과 함께 시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1년 조직 내 창업성장센터를 설립하고, 조성은 팀장을 주축으로 액셀러레이터사업단을 구축해 스타트업의 대기업 사업 실증화(PoC)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표준협회의 DNA는 원래부터 기업 지원"이라며 "국가산업에 기여하는 게 목표인 협회가 신성장 동력인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기술창업 지원 외에 수출 지원, 소상공인 경영지원 업무도 맡고 있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수요 커지는데
창업성장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주로 지원했다. 지난 7월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행사 'IM 그라운드'를 개최했으며, 오는 10월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과 투자유치 기회를 모색하는 '매칭데이'를 글로벌 IR 콘퍼런스 'A 스트림'과 병행 행사로 연다.
올해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글로벌 협업 주관기관을 맡아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친환경·에너지 등 3개 분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해외법인을 설립하려면 5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드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게 시작"이라며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 인력을 파견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표준협회는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격차 스타트업의 수출 및 현지화 영역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60여년간 성장을 지원한 4300여개 회원사를 비롯해 국내외 1만여개 기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기술자협회인 테크런던어드보케이트(TLA)와 온라인 미팅을 열고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초격차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이달엔 중국 바이오 및 에너지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기 위한 세미나도 열었다.
전문가 출신 코디네이터 도입 효과
대기업 및 공공기관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코디네이터' 제도는 창업성장센터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대기업 PoC 및 글로벌 협업 사업을 주도하며 기업 간 회의에 배석해 양측의 입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처음 40명의 개방형 코디네이터가 위촉돼 지금까지 20건 넘는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인공지능(AI) 뇌 영상 기업 뉴로핏의 일본 진출을 도운 것도 코디네이터다. 김 센터장은 "뉴로핏은 현업에 있는 무역 담당 임원이 코디네이터로 나서서 일본 진출을 지원했다"며 "회사는 일본 5대 상사인 마루베니 자회사와의 독점 계약을 맺고 올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ESG 인증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
표준협회는 장기적으로 중점사업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원을 스타트업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스타트업 ESG 인증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친환경 분야 민간 인증 '대한민국로하스(LOHAS)'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당장 ESG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증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가 ESG 인증을 활용한다면 공공기관 납품이나 대기업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