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대주주 지분 반대매매에…어느새 일반 투자자가 '최대주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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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가치 하락 주의보…사업 차질 빚기도
최대주주 증발하기도, 그 이후엔 '나 몰라라'


주식 일부만 주담대, 파악 쉽지 않아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 주담대 높은 대주주 종목 피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다 쓴 최대주주들의 반대매매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대주주가 제공했던 담보가치(주가 하락)가 하락해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고, 이 때문에 다시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주가에 치명적이다. 대주주가 경영권 상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회사의 재무구조가 이미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장중 7600원대까지 치솟았던 테라사이언스 주가는 현재 28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주주의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신안 압해도 인근 염지하수에서 리튬을 추출하겠다는 사업에 의문이 제기되자 주가가 급락, 대주주의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는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했는데, 담보권이 실행되면서 지분 일부가 시장에 풀린 것이다. 씨디에스홀딩스는 보유 주식 전량을 담보로 와이앤제이대부, 더블유대부파트너스, 김영선씨 등에 제공, 이를 통해 195억원의 자금을 융통했다. 이번 반대매매로 씨디에스홀딩스의 지분율은 기존 11.61%에서 4.02%로 줄게 됐다. 180억원가량의 주식이 반대매매로 쏟아진 것이다.

추가 담보 제공했지만…사업 자금 위한 유증은 미뤄

씨디에스홀딩스는 반대매매 이후에도 주가가 바닥 모르고 빠지자 결국 추가담보(주식)를 제공했다. 추가담보 물량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규 자금조달 지연으로 사업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추진했던 200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은 이달 24일에서 10월19일로 밀렸다.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가 유증에 참여해 신규사업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관건은 씨디에스홀딩스의 자금 여력이다. 주식 담보대출에 이어 추가 담보 제공 등 자금 여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씨디에스홀딩스는 2015년 7월 설립된 투자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국내외 상장·비상장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자본금은 4억원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씨디에스홀딩스가 2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단 분석을 내놓는다.

비자발적 대주주된 슈퍼개미 사연

대주주의 반대매매로 인해 비자발적 대주주가 된 사례도 있다. 연초 반대매매와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가가 급락하며 의도치 않게 물타기를 통해 대량 지분을 보유한 슈퍼개미 김성훈씨다. 그는 현재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다. 디딤이앤에프는 마포갈매기, 백제원, 연안식당 등 유명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김씨의 디딤이앤에프 지분 보유목적은 '일반투자'다. 그는 경영권 참여와 법인 지배 의사가 없다는 것을 공시를 통해 여러차례 밝혔다.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디딤이앤에프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지난 3년간 디딤이엔에프의 최대주주는 네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 2021년 3월 이범택에서 정담유통으로 변경됐다. 지난 3월에는 정담유통가 보유 중인 지분을 반대매매 당하자 주인이 미국계 회사인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 이후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기존 주주인 테라핀이 새 주인이 됐으나 김씨가 의도치 않게 주식을 물타기하면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초창기 최대주주의 지분이 반대매매 등으로 팔려나가자 일반 투자자가 최대주주로 오르는 보기 드문 사례까지 연출된 것이다.

최대주주 증발, 회사는 상폐 위기

연초 대주주가 반대매매 당하자 최대주주가 증발한 상장사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의 모회사인 한국이노베이션은 그간 보유 중인 한국테크놀로지 주식 전량을 상상인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의 주식 가치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지자 대주주의 지분이 반대매매로 쏟아졌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 최대주주는 송모씨로, 지분율은 0.41%에 불과하다. 송씨는 회사 경영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거래소의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출을 못 갚거나 주가가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일어나 애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대주주의 경우 그만큼 담보로 제공하는 주식이 많아 반대매매가 시작되면 매도 물량도 많아서다. 또 최대주주가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최대주주가 주식 가운데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대해선 개인투자자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 현행 공시규정에는 최대주주 변경 우려가 있는 주식담보대출에 대해서만 공시를 의무로 규정한다.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분 담보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공시를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는 이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