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어떻게 돈을 버나…"MRI·CT 찍을때마다 수익내는 플랫폼"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테마중 하나는 의료AI였다.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몇개월만에 4~5배씩 뛰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증권가에선 '올들어 극심해진 테마장세 분위기에 편승해 폭등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미래의 성장성을 아직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의료AI 관련주들의 주가가 앞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관건은 결국 의료AI 기업들의 향후 '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어느정도 증명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AI를 이용한 의료시장 자체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있다. 과거 생소했던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 등이 현재는 병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AI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의료기관들이 AI를 사용하게 될때 이를 생산·제조하는 업체들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의료AI 업체들이 어떤 수익모델을 만드느냐가 향후 실적과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딥노이드, 내년도 흑자전환 가능"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 그는 과거 한화정보통신에서 휴대폰 개발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삼성전자를 거쳐 휴대폰 개발업체 애플톤을 창업했고, 현재 딥노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 그는 과거 한화정보통신에서 휴대폰 개발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삼성전자를 거쳐 휴대폰 개발업체 애플톤을 창업했고, 현재 딥노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직접 만난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이같은 질문에 "의료AI를 진단에 사용하는 방식은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내년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도 말했다.

딥노이드는 현재 국내 의료 AI를 대표하는 기업(딥노이드,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4곳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올해만 주가가 430% 넘게 오른 기업이기도 하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AI 진단 프로그램의 향후 매출은 환자들이 MRI, MRA, CT 등을 찍을때마다 발생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딥노이드가 개발한 AI 진단 프로그램 '딥 뉴로'는 뇌 MRA를 찍을때 이용되는 AI다. 뇌출혈로 이어지는 뇌동맥류 등을 미리 진단하거나 찾아낼 수 있다.

딥노이드가 제시하는 수익화 모델에 의하면 딥 뉴로가 발생하는 수익은 MRA 촬영비용의 10~15% 가량이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MRA를 찍기위해 32만원의 비용을 낸다면 이중 24만원은 MRA 비용, 8만원은 AI 사용 비용으로 구성된다. AI 사용 비용 중에선 다시 절반인 4만원을 병원이 나머지 4만원은 딥노이드가 가져가는 식이다. 이러한 수익모델이 자리잡는다면 MRA가 촬영될 때마다 수익이 발생시킬 수 있다. 전망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하나로 연간 약 4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예정이다.
딥 뉴로를 이용해 뇌동맥을 발견하는 과정
딥 뉴로를 이용해 뇌동맥을 발견하는 과정
AI 진단에 대한 수요도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뇌 MRA를 찍으면 이 사진은 영상전문의에게 전달된다. 영상전문의가 사진을 보고 진단을 내리면 그 결과가 다시 담당의를 거쳐 환자에게 전달된다. 현재 영상전문의는 만성 부족 사태다. MRI, MRA, CT를 모두 포함해 영상데이터는 연간 2억1900만건에 달하지만 영상전문의는 4000명이 안된다. 영상전문의 1명당 하루 평균 200건이 넘는 데이터를 판독해야 한다는 의미다.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의 역량, 컨디션과는 관계없이 진단이 가능해 정확도 역시 올라갈 수 있다.

실제 딥노이측의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 환자 332명을 대상으로한 임상시험에서 딥뉴로는 이 영상데이터들을 정확히 진단하는데 145분이 걸렸다. 영상의학전문의의 진단시간(205분)보다 60분 가량 빠른 수치다.

딥노이드는 현재 뇌 MRA 진단 AI인 딥 뉴로 이외에도 척추 촬영 데이터를 진단 및 분석하는 '딥 스파인', 폐를 진단하는 '딥 렁', 흉부를 진단하는 '딥 체스트' 등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는 흐름을 고려하면 수익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흉부 CT, MRA, MRI 등은 환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인 만큼 의료 AI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현재는 일종의 '프로모션' 상태로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에 적은 비용으로 연단위 계약을 통해 AI 진단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중이라는게 딥노이드측의 설명이다. 의료기관의 검증 및 적응기간이 어느정도 끝나고, 보험 수가 적용을 위한 제도적 허가 과정도 마친다면 본격적으로 수익화가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최 대표는 "이번년도 보수적으로 봐도 7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며 "당기순손실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매출이 130억원 이상만 넘어가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현재 매출추이를 보면 200억 정도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AI 정밀 기술이 산업AI에도 활용


딥노이드는 사진 및 데이터를 보고 정확히 문제점을 파악하는 의료AI 기술을 다른 분야에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속 일부 지점을 보고 뇌동맥류을 진단해낼 만큼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기술인만큼 산업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딥노이드는 우선 한국공항공사에 '딥 시큐리티'를 판매했다. 캐리어에 안에 위험물질 등을 진단하는 AI다. 현재는 공항공사 직원이 직접 투시 카메라를 통해 검사하고, 의심이 되는 경우 직접 캐리어를 열어보고 있다. AI가 활용된다면 이 시간과 수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과는 불법복제품 판독시스템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짝퉁명품을 판별하는 국책과제로 전문가가 직접 눈으로 판별해야 하는 검사를 AI가 손쉽게 해내는 식이다.
딥 시큐리티
딥 시큐리티
중동, 스위스 등에서도 딥 시큐리티에 대해 문의해오고 있다는게 딥노이드 측의 설명이다.

공장내에서 불량품을 검증하는 AI인 '딥 팩토리' 역시 유망한 프로그램이다. 제품을 만드는 공정 내에 AI를 삽입하는 식이다. AI를 활용하면 TV 패널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물질이나 불량품 등을 쉽게 판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손동국 딥노이드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은 "의료 AI로 부터의 수익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 확실한 캐쉬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요인은 경쟁과 신사업 규제


다만 기존에 없던 신사업인 만큼 리스크 요인도 있다. 의료 AI 시장이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어떤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시장 성장에 맞춰 모든 업체가 고르게 커질 것이란 가정은 가능성이 낮다는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에는 AI 진단 테마에 속하기만 하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향후 실적 성장이 본격화될 시점에는 기업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여러 의료AI진단 업체들이 진단 부위별로 특화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소수 기업이 파이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이 뇌 진단에는 A회사 프로그램, 흉부진단은 B회사 프로그램, 신장진단에는 C회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식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사업인만큼 제도적 리스크도 있다. 국내 의료현장에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보험 수가 문제나 생명·의료와 연관된 기술인만큼 예상치 못한 규제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AI진단 기술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더 발전할지 가늠이 되지않는 초기 단계인만큼 산업에 대한 비판이나 우려가 나타나지는 않고있다. 다만 기존 기득권이 신기술의 도입을 막아 기술활용 시점이 늦춰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만큼 투자자들이 유의해야할 점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없이 시장의 기대만으로 주가가 폭등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어떤 증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