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드라마 흥행하더라도 돈 못 버는 제작사…차라리 웹툰株 투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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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드라마 등 IP 흥행에 따라 주가 움직여
엔터 등 미디어株 투자할 때 IP 보유 여부 중요

드라마 제작사 IP 확보 쉽지 않아, 웹툰주 주목할 때
디앤씨미디어·와이랩 대표 웹툰주로 꼽혀…IP 비즈니스 중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 섹터에서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 제작사 주가가 엇갈린다. 잘 나가는 엔터주와 달리 드라마 제작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빠지고 있다.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K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반짝 상승에 그친다. 두 업종의 주가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식재산권(IP) 보유 여부다. 드라마 제작사는 엔터와 달리 현실적으로 IP 확보가 쉽지 않다. 차라리 웹툰 제작사에 눈을 돌리라는 조언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올 들어 39.1% 급락한 5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 엔터주인 하이브가 41.4% 오른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차다.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가 이 기간 0.04% 내렸다는 점을 감안, 엔터와 드라마 제작사 두 업종의 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제작비에 허덕이는 제작사…IP 확보 쉽지 않아

미디어 섹터에서 IP 보유 여부는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엔터사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자산이자 IP다. 통상 엔터사와 소속 아티스트는 7년간 동일하게 5대5의 순수익을 배분한다. IP 이익 레버리지를 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여기에 IP 인기가 높아질수록 플랫폼 영역까지 사업 진출이 가능하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인 위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앨범과 굿즈(MD) 구매, 팬레터, 온라인 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 시청 등이 가능한 자체 플랫폼이다. 현재 위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에스엠도 카카오 등을 통해 엔터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제작사는 IP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IP를 보유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상당하다. PD부터 작가, 배우들의 출연비, 소품비, 스태프 인건비까지 계산해야 한다. 제작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2010년 초반 3억원대에서 현재 10억~13억원이다. 10년 사이 4배가량 오른 것이다.

제작사가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기 위해선 방송사의 편성수익이나 OTT를 통해야 한다. 만약 경기가 악화돼 광고시장이 축소될 경우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주 제작사는 100억원의 제작비 중 70~80억원을 본 방영을 담당하는 방송사로부터 인식한다. 그 후 직접 영업을 통한 협찬 수익으로 잔여 제작비를 채운다. 만약 경기 불황으로 광고시장이 침체될 경우 적자를 피하긴 힘들다. 제작사의 IP는 제작비의 70~80%를 보전해준 방송사가 가져간다.

OTT를 찾아가도 IP 확보는 힘들다. OTT는 외주 제작사의 제작비 100억원 중 110억원을 지원한다. 별도의 영업 없이 IP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다. 적자는 피할 수 있으나 IP 권리는 OTT에게 넘겨줘야 한다. 제작한 IP가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제작사들의 수익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방영권부터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 넘겨주기 때문이다.

차기 주도주로 주목받는 웹툰株…투자 포인트 살펴보니

전문가들은 드라마 제작사보단 차라리 웹툰 제작사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잘 만든 웹툰 IP의 힘은 대단하다. 탄탄한 팬덤을 가진 웹툰 IP는 수십 년 동안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슬램덩크, 도라에몽 등의 웹툰이 있다.

웹툰은 미디어 섹터에서 차기 주도주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은 엔터와 제작사 양쪽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드라마, 영화와 마찬가지로 시즌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고, 팬덤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웹툰 제작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웹툰을 제작해 수익을 내거나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처럼 IP 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웹툰 제작사가 엔터와 드라마 제작사 중 어느 쪽과 더 닮은 산업이 될지는 향후 이익으로 증명해야 한다"면서 "주가도 이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극명히 대비되는 엔터와 드라마 제작사 주가와 달리, 웹툰 관련주는 계속해서 보합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웹툰이 주목받는 것은 드라마부터 영화, 게임, 굿즈 등 다양한 IP 비즈니스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도 웹툰이 원작이다.

시장에선 웹툰 제작사 중 디앤씨미디어와 와이랩을 주목하고 있다. IP 비즈니스 성과를 가장 먼저 보여줄 것이란 분석에서다.

디앤씨미디어는 넷마블과 손잡고 대표 웹툰 IP인 '나혼자만 레벨업'을 조만간 게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각각 180억원, 36억원가량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게임 출시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내년 1월에 방영 예정인 나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선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기존 팬덤이 공고해지고 신규 팬덤 유입 효과를 누렸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향후 디앤씨미디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와이랩도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네이버웹툰 인기작을 다수 연재중인 웹툰 스튜디오다. 대표작으로는 '아일랜드', '부활남', '테러맨', '참교육' 등이 있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작품끼리 서로 세계관을 공유한다.

또 영상 제작 사업(와이랩플랙스)을 내재화했다는 것은 중요 포인트다. 10명의 PD가 소속돼 있으며, 작년 말에 스튜디오드래곤과 드라마 '아일랜드'를 공동 제작해 티빙과 아마존에 공급하기도 했다. 흥행 웹툰 IP와 제작 능력을 모두 갖춰, 직접 제작비를 쓰지 않더라도 IP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