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제공
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제공
강북의 ‘아트 메카’가 삼청동과 한남동이라면, 강남의 ‘미술 중심지’는 단연 청담동이다. 굵직한 해외 갤러리들이 이곳에 밀집해있는 데다, 한국의 ‘큰손 컬렉터’들이 모여 사는 한국 대표 부촌이라서다. 게다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본행사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와도 가까워 ‘갤러리 호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동선이다.

‘KIAF-프리즈’ 기간에 국내외 갤러리들이 일제히 청담동에 새 전시장을 오픈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각 갤러리들이 역사적인 첫 전시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청담동으로 향해보자.

1) 60년 만에 처음…분더샵 신세계갤러리

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있는 패션 편집샵 ‘분더샵 청담’. 이곳 지하 1층에 새 둥지를 트는 ‘신세계갤러리’는 ‘강남 미술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신세계가 창사 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백화점이 아닌 곳에서 선보이는 정식 갤러리다.

원래 가구 등 쇼룸이 있던 540㎡ 규모의 공간은 오는 7일부터 상식을 깨는 신선한 예술작품으로 가득 찬다. 전구 94개가 만들어낸 거대한 물음표 모양 설치작부터 길이 14m의 거대한 해먹까지, 모두 미국에서 활동하는 태국인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들이다.

티라바니자는 국내에선 낯설지만, 해외에선 베네세상(2003)·휴고보스상(2004) 등 주요 미술상을 휩쓴 ‘이름값’ 있는 작가다. 1990년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팟타이를 만들어 먹게 하는 등 ‘관계미학’으로 유명해진 작가다. 올해 10월 뉴욕 현대미술관(MoMA) 대규모 회고전 개최도 앞두고 있다. 티라바니자의 대표작 28점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8일까지다.
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제공
신세계갤러리에 전시되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신세계갤러리 제공

2) 원앤제이·화이트큐브의 ‘첫 주인공’

박미나, 'Rabbit Hole'(1999) /원앤제이 제공
박미나, 'Rabbit Hole'(1999) /원앤제이 제공


원래 북촌에 있던 국내 갤러리 원앤제이도 분더샵 청담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개관전의 주인공은 중견작가 박미나다. 현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전시를 열고 있는, 그 작가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선 박미나의 최신작 ‘색-가구’ 시리즈가 주로 전시된다면, 원앤제이에선 1999년부터 2023년까지 그간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집’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작가가 선보인 다른 연작을 어떻게 ‘집’ 시리즈에 접목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면 전시를 깊이 즐길 수 있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열린다.

원앤제이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엔 영국계 대형 갤러리인 화이트큐브 서울점이 들어선다. ‘KIAF-프리즈’ 개막 전날인 9월 5일부터 루이즈 지오바넬리, 트레이시 에민, 마르그리트 위모와 한국 작가 이진주 등 7명이 참여하는 단체 개관전을 연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로 넉넉한 편이다.

3) 이우환·이배·구사마를 한 자리에

야요이 구사마, 'Pumpkin'(2013) /서울옥션 제공
야요이 구사마, 'Pumpkin'(2013) /서울옥션 제공
‘KIAF-프리즈’ 기간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도 근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선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커넥트 서울’ 특별전이 열린다. 두 개층(5·6층)을 통틀어 이우환의 초기작인 ‘다이얼로그’ 연작, 야요이 구사마의 대표작 ‘호박’ 등 60여 점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같은 건물 지하 4층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그룹전 ‘나뚜라’(Natura)도 빼놓을 수 없는 전시. ‘자연’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흙, 돌, 나무 등 자연적 소재를 활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 작가도 심문섭, 이배, 조엘 샤피로 등 요즘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들이다. 지하 1층에선 해외 컬렉터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젊은 화가 20명의 작품도 걸려있다.
이우환, 'Dialogue'(2015) /서울옥션 제공
이우환, 'Dialogue'(2015) /서울옥션 제공

4) 알렉스 카츠 등 ‘톱티어’ 작가도 출동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작품 /페로탕 제공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작품 /페로탕 제공


외국계 화랑들도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앞다퉈 내놨다. 미국 뉴욕의 유명 갤러리인 글래드스톤은 9월 5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서울점에서 현대미술 거장 알렉스 카츠의 ‘꽃’ 시리즈를 선보인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톱티어’ 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한 세계적 갤러리 페로탕도 9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도산파크점에서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부스를 이 작가의 작품으로만 전부 채울 만큼 페로탕이 자신있게 미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신작 ‘자화상’ 시리즈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유에민쥔, 'Original Place'(2023) /탕컨템포러리 제공
유에민쥔, 'Original Place'(2023) /탕컨템포러리 제공
아시아 최대 갤러리로 손 꼽히는 탕컨템포러리 서울점에선 ‘웃는 얼굴’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의 현대미술 거장 유에민쥔 개인전도 열린다. 그의 신작과 미공개 작업 등 24점이 나오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는 9월 5일 개막해 10월 14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