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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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사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재배 농가가 한 자릿수로 줄고 생산량도 연 1000통대로 떨어졌는데 명맥을 이어갈 농민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무등산 수박은 20㎏ 이상 자라 일반 수박보다 2~3배 크고 특유의 감칠맛을 지녔다. 조선 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잘 알려졌다. 광주시는 무등산 수박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푸랭이’로 알려진 무등산 수박의 재배 농가는 2000년 30곳에 달했지만 2009년 16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20년부터는 9곳의 농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재배 면적은 12ha에서 2.6ha로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생산량도 꾸준히 2000통대를 넘기다 지난해에는 1974통에 그쳤다.

재배 농가와 생산량 모두 줄어든 이유는 까다로운 재배 방식·환경과 어려운 종자 개량 때문이다. 무등산수박영농조합 관계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도 안 되고 그늘져도 안 자라는데 비료도 유기질 비료만 뿌려야 한다”며 “종자 개량이 안 돼 씨에서 씨로 키우는 데다 날씨에 따라 작황이 천차만별이라 전문지식이 없으면 농사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8월 말~9월 말 사이 수확하는 무등산 수박은 올해처럼 장마가 길어지면 생산량이 뚝 떨어진다. 농가들은 올해 예상 생산량이 1200통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재배 농민 대부분의 연령대가 70~80대로 재배를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수익 보장이 안정적이지 않아 젊은 농부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광주시는 무등산 수박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 4월 무등산 수박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재배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부터 비가림시설 확충, 포장재 디자인 개선, 중장기 육성계획 수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