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고려아연과 손잡았다. 약 530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고, 니켈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또 현대차는 현대모비스가 맡고 있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넘겨받아 수소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고려아연 지분 5% 투자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30일 체결했다. 두 회사는 니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우선 추진한다. 니켈 원료 공동 구매, 광산 개발 프로젝트 공동 투자 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하는 핵심 원재료 조달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 신사업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울산에 총 5063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4만2600t 규모의 니켈 제련소를 짓기로 했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생산되는 니켈은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이 이뤄진다. 2031년에는 현대차그룹의 IRA 대응에 필요한 물량 중 50%에 달하는 니켈을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다. 협업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미국 법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50만4333원으로, 총 5272억원 규모다. 이 주식은 관련 법령에 따라 향후 1년간 양도가 제한된다.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 한 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진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364만 대 생산을 위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고려아연은 제련 기술을 활용해 생산하는 니켈의 확실한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 원소재 기업과의 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도 재정비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로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넘겨받아 직접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수소차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자회사인 유니투스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대차가 생산 위탁부터 연구개발(R&D)까지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분산된 수소연료전지 역량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법무·재무적 검토를 마무리 짓고 내년 사업 이관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빈난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