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골드만삭스가 중국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해 다수의 미국과 영국 기업을 사들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차이나머니’가 첨단·보안산업으로 흘러 들어가 영향력을 키우는 걸 경계하는 가운데 중국 국부펀드가 골드만삭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련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중국 최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조성한 펀드 자금을 활용해 7건의 기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중·미 산업 협력 파트너십 펀드’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골드만삭스와 CIC가 조성했다.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글로벌 공급망을 추적하는 스타트업, 약물 검사·진단 업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자문 컨설팅회사, 인공지능(AI)·드론·전기차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 제조업체 등을 인수하는 데 이 펀드 자금이 이용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1년 출범하고 미·중 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되는 와중에도 골드만삭스는 이 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21년 4건, 2022년 1건의 투자가 이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시프라임(클라우드 컴퓨팅 자문), 파렉셀(약물 검사), 프로젝트44(공급망 추적 스타트업)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 항공·국방·에너지·의료 등의 검사·인증 서비스와 사이버 보안 사업을 하는 영국 로이드인증원(LRQA)도 포함됐다.

골드만삭스는 “파트너십 펀드는 법과 규정을 준수해 관리된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에도 CIC의 펑춘 회장과 치빈 부사장을 만났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