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재부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재부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석열 정부 임기 중 편성되는 예산(2023~2027년)에서 의무지출이 재량지출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건전재정 의지를 밝히면서 재량지출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지만 법에 정해진 의무지출은 마음대로 못 줄이는 데 따른 것이다. 의무지출이 계속 늘면서 정부 재정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건 물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못 건드리는 의무지출 증가

빠르게 늘어나는 의무지출…건전재정 위협
30일 기획재정부의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재량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2.0%다. 연도별로 보면 내년 3.5%에서 2025년 0.8%, 2026년 1.9%, 2027년 2.0%로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기재부가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지출 통제 의지를 재정운용계획에 담은 것이다.

반면 의무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5.0%에 달한다. 내년 2.3%에서 2025년 7.2%, 2026년 5.5%, 2027년 4.9%로 재량지출보다 더 빨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내년에 의무지출이 재량지출보다 느리게 늘어나는 건 국세 수입이 감소하면서 정부가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금이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의무지출이 재량지출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금액 기준으로 봐도 의무지출은 올해 340조4000원에서 2027년 41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3.3%에서 56.1%로 높아진다.

○복지 지출, 국채 이자 증가 영향

의무지출이 급증하는 건 복지 지출 증가와 함께 전임 정부 때 국가채무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국채 이자의 경우 내년에만 28조40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올해(24조8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14.5%)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확장재정 여파로 국가채무가 660조원에서 1068조원으로 증가했고 지금도 계속 늘면서 내년 국가채무는 119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여파로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복지 분야(보건·복지·고용)는 내년 예산이 242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5% 증가한다. 기재부가 분류하는 12대 지출 분야 중 규모가 작은 외교·통일 분야(올해 6조4000억원→내년 7조7000억원, 19.5% 증가)를 제외하면 증가율이 가장 높다. 소득 하위 70%에 의무적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예산이 올해 18조5000억원에서 내년 20조2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복지 지출 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결과다. 복지 분야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5.4%에서 37.0%로 높아진다.

여기에 재량지출 중에서도 사실상 감액이 어려운 국방비와 공무원 인건비 등 경직성 재량지출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더 줄어든다. 내년 예산에 편성된 재량지출(308조7000억원) 중 국방비는 59조5885억원, 공무원 인건비는 44조8000억원이다.

총지출 중 의무지출이나 경직성 재량지출 비중이 커질수록 정부가 정책 의지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기 힘들어진다. 건전재정 기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매년 재량지출을 전년 대비 10% 목표로 감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진정한 건전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방교부금 등 의무지출 예산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의무지출

법령으로 지출 규모가 정해져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비와 지방교부금, 국채 이자 등이 해당된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