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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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다음달부터 심야 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속도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했다. 어린이 보행자 생명과 직결된 사안을 별다른 준비도 없이 국민에게 알려놓고 슬그머니 주워담으면서 당장 전국 곳곳 스쿨존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30일 "스쿨존 시간제 속도제한은 이미 시범운영 중인 전국 8개소에서 우선 운영되며 이후 지역 실정에 맞춰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쿨존 시간제 속도제한은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밤 시간대 간선도로에 있는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찰청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스쿨존 시간제 속도제한을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말을 뒤집은 셈이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속도제한 완화가 가능한 스쿨존 8곳은 서울 종암초와 인천 부평·삼산초, 대구 신암초, 광주 송원초, 대전 대덕초, 경기 이천 증포초, 전남 여수 신풍초 등이다.

모두 지난해부터 시간제 속도제한을 시범 운영 중인 곳이다. 보도자료와 달리 다음달 1일부터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경찰은 시범운영을 제외하면 속도제한 완화에 필요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졸속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쿨존 속도제한을 시간대별로 달리 하려면 표지판을 바꾸고 가변형 속도 표시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시설물을 교체해야 한다.

현장 조사와 주민·학교 측 의견수렴 등 절차도 필요하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전국 모든 스쿨존에 시간제 속도제한을 도입하려면 1년 넘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성급한 발표에 운전자들 혼란이 예상되자 지방자치단체가 "혼동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야간 속도제한 완화 대상은 1곳뿐이므로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