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법원은 징역형 판결 오류로 불법 구금을 당했다는 사유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직 판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호주 법원, 판결 오류로 고소 당한 현직 판사의 배상 책임 인정
30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마이클 위그니 호주 연방법원 판사는 전날 살바토르 바스타 연방가정법원 판사가 법정 모독죄를 잘못 인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면서 징벌적 배상금 5만 호주달러(약4천200만원)를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호주 법원이 현직 판사의 민사상 면책특권을 부인하고 잘못된 판결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트라드포드라는 가명으로 처리된 원고는 2018년 재산분할 이혼 소송에서 바스타 판사에 의해 법정 모독으로 1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당시 법원 기록에 따르면, 법률 대리인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 원고가 "선의로 모든 재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자 바스타 판사는 "'노력'은 쓰레기 말이다.

법정 모독으로 감옥에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곧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 이후 스트라드포드는 항소를 신청해 형 집행 정지 명령을 받기까지 7일간 유치장에 구금돼 다른 죄수로부터 구타와 목조르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호주 연방법원 합의부는 스트라드포드의 주장을 인용해 그의 법정 모독죄와 징역형은 사법 정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판결이라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바스타 판사에게는 이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나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에 스트라드포드는 호주 정부와 바스타 판사에 대해 판결 오류와 불법 구금으로 인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바스타 판사는 자신의 판결이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그니 판사는 "바스타 판사에게 악의는 없었다고 본다"면서도 "어떤 관점이든 그가 원고의 권리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했음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대 호주에서 불법 구금 판결로 판사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면서 "바스타 판사는 늘 합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보장해야 하는 법치주의를 거의 모독 수준으로 부정하는 행동을 했다"고 질책했다.

호주 법원, 판결 오류로 고소 당한 현직 판사의 배상 책임 인정
호주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NSW)·빅토리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수도준주(ACT)·노던준주(NT) 등 주 정부 산하에는 판사에 대한 불만을 처리하는 독립사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반면, 연방정부에는 유사한 기구가 없어 연방 판사에 대한 불만은 법원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뉴사우스웨일스(NSW) 대학의 가브리엘라 애플비 공법 교수는 "이번 판결로 연방 사법위원회가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정부는 서둘러 이 기구를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