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허리케인 피해 우려에 弱달러 겹치며 2주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WTI 4일째 상승…브렌트유 85달러 넘어서
허리케인 이달리아 피해 주시…“수급 우려”
美 고용 시장 둔화에 달러화 가치 하락세


국제유가가 약 2주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3등급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미국 플로리다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미 고용 시장이 둔화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나타난 ‘약달러’가 나타난 영향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06달러(1.32%) 오른 배럴당 81.1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8일(배럴당 81.25달러) 이후 최고치다. WTI는 4거래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브렌트유 10월물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7달러(1.29%) 오른 배럴당 85.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4일(배럴당 86.21달러) 이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85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美허리케인 피해 우려에 弱달러 겹치며 2주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원유 시장 최대 관심은 30일(현지시간) 새벽 미 플로리다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허리케인 이달리아의 영향으로 쏠려 있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이달리아는 애초 열대성 폭풍이었지만, 세력을 미국으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현재 2등급 수준인 이달리아는 미 대륙 상륙 직전 3등급으로 위력을 더할 전망이다.

플로리다주 북부 탤러해시와 게인스빌 사이에 위치한 빅벤드 지역이 핵심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선 건물 2층 높이의 폭풍 해일과 시속 179㎞의 강풍이 예고된 상태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파괴적인 강풍이 예상된다”며 경계심을 높였다. 플로리다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카운티 수를 46개에서 49개로 늘렸다.

허리케인 피해로 원유 수급에 혼란이 빚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야거 애널리스트는 “이번 폭풍은 오는 9월 4일 노동절 공휴일을 앞두고 피해 지역 내 연료 소비와 연료 분배 시스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 서비스 회사 스톤엑스의 알렉스 호데스 애널리스트는 “멕시코만 연안의 원유 생산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제된 석유제품 시장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美허리케인 피해 우려에 弱달러 겹치며 2주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석유 대기업인 셰브론은 멕시코만 인근의 공장 세 곳에서 직원 일부를 대피시키기도 했다.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까지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미국의 구인 건수가 전월(916만5000건) 대비 감소한 88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는 소식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가를 밀어 올렸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시장 추정치인 946만5000건에도 크게 못 미쳤다.

노동 시장 둔화 조짐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화 지수가 약세를 나타냈다. 고용 지표 약화는 시장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가능성을 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美허리케인 피해 우려에 弱달러 겹치며 2주만에 최고치 [오늘의 유가]
시장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 감산이 연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압박이 더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급격히 줄어들 거란 전망도 유가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최근 한 주 동안 33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수치는 현지시간 기준 30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석유 탐사 전문 기업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 굴착 장치 수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 수치는 미래 석유 생산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초기 지표로 여겨진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이달리아로 인한) 수요 급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원유 공급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S&P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일주일간 원유와 휘발유, 석유제품 공급량이 각각 520만배럴, 60만배럴, 140만배럴씩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