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있는 제도…범죄 예방 효과도 단정 못 해"
법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에 '신중 검토' 의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밝혔다.

3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견 조회 요청에 이달 25일 이같이 회신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관한 기존 논의는 위헌 논란이 많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있는 나라의 상당수는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며 적용 범죄를 추가 연구해야 한다고 봤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유럽평의회 소속 국가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규정하는 나라는 4개국이고 11개국이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며, 종신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9개국이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미국의 종신형 연구에 관한 상당수의 문헌은 해당 형벌이 지니는 잔혹성과 위헌성에 초점을 맞춰 비판적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폐지하는 추세"고 지적했다.

또 "절대적 종신형은 죽음의 시기만을 변형시킨다는 의미 외에 형사정책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교도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법원행정처는 현행 20년으로 정해진 무기형의 최소 복역 기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행상이 양호하지 않고 뉘우침이 뚜렷하지 않은 피고인은 가석방을 불허하면 충분하므로 굳이 최소 복역 기간을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9일 대표 발의했다.

/연합뉴스